동남아 개고기 식용 문화
2023년 2월 한국일보의 세 번째 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한 허경주 특파원이 ‘아세안 속으로’를 통해 혼자 알고 넘어가기 아까운 동남아시아 각국 사회·생활상을 소개합니다. 거리는 가깝지만 의외로 잘 몰랐던 아세안 10개국 이야기, 격주 금요일마다 함께하세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시민이 자신의 반려견에도 마스크를 씌운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EPA 페이스북
베트남에선 개고기의 인기가 여전하지만 반려동물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펫코노미(반려동물+이코노미) 규모가 커질수록 개 식용 문화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2018~2022년 베트남 반려동물 용품 시장 규모가 연평균 10.2%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지난해 약 1,405만 달러(약 185억 원)를 기록했다고 지난 9월 분석했다.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2,825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2018년 시장 규모가 959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사료, 장난감뿐만 아니라 미용, 건강식품, 질병관리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결과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베트남 호찌민무역관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 등으로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서 (개나 고양이를) 인간이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문중 기자
한국에선 2000년대 이후 반려동물이 크게 늘면서 개 식용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 이후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줄고 동물 복지에 인식이 높아진 것이 한국 정부가 ‘개고기 금지법’을 검토 중인 배경으로 꼽힌다.
베트남 문화전문가인 응우옌안홍 저널리즘·커뮤니케이션 아카데미 교수는 지난 8월 VN익스프레스에 ‘베트남인들이 개고기에 등을 돌리게 되는 요인’으로 다음 4가지를 꼽았다. ①대중매체를 통한 시민들의 동물 보호 인식 변화 ②질병·위생을 고려한 엄격한 먹거리 선택 ③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인식 확산 ④주변의 개 식용 중단 흐름에 편승 등이다.
베트남이 한국과 비슷한 수순을 밟는다면 개 식용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면서 개고기 금지를 법으로 못 박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