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워싱턴 DC의 거리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에 온 지 어느 덧 2년이 넘었다. 미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했나 싶을 때마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돌발 상황이 터져 나온다. 마음을 놓으면 바로 티가 나는 타향살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 계좌를 정리하다 잔고가 너무 많이 남아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기준 '중산층'에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경제 사정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거래 내역을 확인했더니 집세가 두 달이나 빠져나가지 않았다.

두 배로 뛰는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아파트 계정에 들어가 보니 집세 두 달치가 고스란히 밀려있었다. 지난달치에는 렌트의 10%에 달하는 연체료까지 물려 있었다.

집세를 내기 위해 미국 아파트들이 흔히 사용하는 '오토페이' 시스템은 계좌를 등록하며 기간도 함께 등록해야 하는 구조다. 기한이 만료된 것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알아서 빠져나가겠거니 넋을 놓고 있었으니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명백한 내 실수다.

부랴부랴 쓰린 속을 달래며 두달치 집세와 연체료까지 지불하고 다음날 아파트 관리 사무소를 찾았다. 사실 미국에서 집세를 밀리는 경우는 드문 일은 아니다. 기한 연장을 깜빡하는 경우도 많은지, 담당자가 없으니 오후에 다시 와보라는 소리만 들었다. 첫 달의 경우 아마도 구제해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와 함께였다.

결과적으로 첫달치 연체료는 면제됐다. 예외도 아니고 12개월 중 한 번은 모든 세입자에게 적용되는 일종의 '국룰'인 것 같았다. 실제 주변 지인들 가운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 집세가 연체됐다가 사무실에 '읍소'해서 감면받았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미국 사회는 '처음'에 관대하다. 교통 단속 시에도 처음 신호를 위반하고, 처음 과속을 하는 경우 선처를 호소하면 주의와 함께 보내주는 경우도 많다. 한국 같았으면 상당히 큰 벌금을 내야하는 중앙선 침범 같은 경우도 기록 조회를 해서 그 이전의 다른 위반 사례가 없으면 '훈계' 조치되는 일도 흔하다.

다만 이는 뒤집으면 '두 번째'부터는 한층 엄격하다는 의미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두 번은 고의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원칙이 시스템 전반에 철저히 스며든 셈이다.

전반적으로 허술한 듯 보이는 미국 시스템에 이런 저런 투정을 늘어놓다가도 가끔 이렇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 있다.

말로는 쉽게 관용을 논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원칙이라는 미명 하에 사려깊은 고려는 뒤로 하기 일쑤인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처음 한 번'이라는 간단하면서도 울림있는 '여지'는 한번쯤 되새겨볼 만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워싱턴=연합뉴스)


  1. 美 상업용 부동산 한파에 뉴욕 상징 ‘크라이슬러 빌딩’도 매물로
    미국 뉴욕 마천루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슬러 빌딩이 매물로 나왔다. 크라이슬러 빌딩을 비롯해 글로벌 랜드마크 빌딩을 소유한 오스트리아 부동산 업체 시그나 홀딩(Signa Holding, 이하 시그나)이 지난 11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여파다. 시그나의 자산 ...
    등록일: 2023.12.20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4
    Read More
  2. 美시카고 불법입국자 이송버스 단속하자 버스회사 '몰래 떨구기'
    미국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 버스에 오르는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시카고시의 '성역도시'(불법체류자 보호도시) 정책이 혼돈 상태로 치닫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시카고시가 남부 ...
    등록일: 2023.12.20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7
    Read More
  3. 미국 노인취업률 급증, 평생 근로 신호탄일까?
    ‘65세 미만 vs 65세 이상’ 근로자 평균 시급 미국의 노인노동 통계에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고액 연봉직종에서 ‘노인 근로자’(65세 이상)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평생 노동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마저...
    등록일: 2023.12.20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8
    Read More
  4. "자동차 뒷자리서 여배우 여친을"…끝내 유죄평결 피하지 못한 '앤트맨3 최강 빌런'
    전 여자친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조너선 메이저스가 지난 3월 복싱 영화 '크리드 3' 시사회가 열리는 로스앤젤레스의 TCL 차이니즈 극장에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화 '앤트맨 3'에서 악역 정복자 캉을 연기한 미국 배우 조너선 메이저스(34)가 여자...
    등록일: 2023.12.19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34
    Read More
  5. 한겨울에 홍수경보?…美 북동부에 '130mm 폭우'로 피해 속출
    강풍과 함께 비가 내리는 미국 보스턴에서 시민들이 빗속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북동부 지역에 한겨울 폭우가 내려 교통이 통제되고 70만 가구가 정전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동해안 지역을...
    등록일: 2023.12.19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2
    Read More
  6. “다른 항공사도 따르길”…뚱뚱한 여행자도 여행 쉽게
    “뚱뚱한 승객, 추가 좌석 ‘무료’” 美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정책 유명 틱톡커 “차별받지 않아” 리뷰 “다른 항공사도 따르기 바란다” 자신을 ‘뚱뚱한 여행자’라고 소개한 유명 틱톡커 재란 채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칭찬하면서 “다른 항공사도 이를 따르기 ...
    등록일: 2023.12.19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7
    Read More
  7. 10일간 1만7000편 결항에…1826억 벌금 폭탄 맞은 美 항공사
    이전 최대 벌금의 30배 사상 최대 공항 도착 뒤 항공편 취소 사실 안 승객들 지난해 연말 대규모 결항 상태로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들의 짐.[사진 =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지난해 연말연시 열흘간 1만7000편에 달하는 항공편 결항 사태를 일으킨 사우스웨스...
    등록일: 2023.12.19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6
    Read More
  8. 중고품 매장서 5000원 주고 산 유리병, '1억 3000만원짜리 행운' 가져다줬다
    伊 유명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가 디자인 경매서 1억3000만원에 낙찰된 중고 유리병 미국의 중고품 매장에서 약 5000원을 주고 산 유리 화병이 이탈리아 거장의 작품으로 밝혀지면서 경매에서 1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
    등록일: 2023.12.18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9
    Read More
  9. 전 NBA 농구선수, 여성 납치·살인 혐의로 FBI에 붙잡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었던 현 G리그(NBA 하부리그) 소속 농구선수인 찬스 커맨치(왼쪽)와 그의 여자친구 사카리 하든(오른쪽)이 FBI에 납치·살인 혐의로 체포됐다.〈사진=미 지역언론 8NEWS NOW 홈페이지 화면 캡처〉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었던 현 G리...
    등록일: 2023.12.18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1
    Read More
  10. 두 달 치 집세가 밀렸다…'한 번'은 용서받았다
    워싱턴 DC의 거리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에 온 지 어느 덧 2년이 넘었다. 미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했나 싶을 때마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돌발 상황이 터져 나온다. 마음을 놓으면 바로 티가 나는 타향살이다. 얼마 전에는...
    등록일: 2023.12.18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2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 223 Next
/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