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청 통해 밝혀... 2021년 축복 반대 결정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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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는 역사적 결정에 공식 승인했다. 18일(현지시간)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이름의 선언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
ⓒ <뉴욕타임스> 보도 갈무리 |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는 역사적 결정에 공식 승인했다. 18일(현지 시각)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이름의 선언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명하고 승인한 해당 문서는 축복에 대해 "궁극적으로 축복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며 "따라서 축복에 대한 요청은 우리 삶에 있어 초월과 자비, 하느님과의 친밀함에 대한 개방성을 표현하고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서는 동성 커플의 축복에 대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구하는 이들이 축복을 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철저한 도덕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단순한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교회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막거나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한 문서는 이러한 축복이 "규정에 어긋난 모든 상황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라 하느님이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축복은 허용하나 결혼은 이성 간의 성사로 분명히 규정
한편 문서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평생 성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동성 커플의 축복에서 결혼에 적합한 복장이나 발언은 제외되어야 하며 교회의 정규적인 의식이나 미사 중에는 축복을 주재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문서는 "성지 방문, 신부와의 만남, 집단 기도, 순례 등 다른 상황에서" 축복을 주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가톨릭교회의 사제는 공식적으로 동성 커플에게 축복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는 지난 2021년 신앙교리성이 동성 커플 축복에 대해 "죄를 축복할 수 없기 때문에" 동성 커플 축복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것을 번복한 것으로 해당 선언문은 두 장 분량에 그쳤던 반면 이번 선언문의 분량은 총 19장에 달한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인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해당 문서가 "결혼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를 수정한 것이 아니라며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불규칙한 상황에 처한 커플이나 동성 커플의 신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결혼에 대한 교회의 오랜 가르침을 어떤 식으로든 바꾸지 않고도 축복하도록 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진정한 발전"이며 "축복의 사목적 의미에 대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기여"라면서 이 문서의 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 비전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 포용적인 교회를 향한 비전 강화"
▲ 성소수자를 오랜 기간 옹호해 온 것으로 유명한 제임스 마틴 신부는 X(과거 트위터)에 "성소수자를 위한 교회 사역의 중요한 진전이자 눈에 띄는 변화"라면서 "이 선언문은 이전에는 주교, 신부, 부제들에게는 불가능했던 동성 커플을 위한 비전례적 축복의 문을 열어줬다"며 기쁨을 표했다. |
ⓒ 제임스 마틴 신부 X 갈무리 |
성소수자를 오랜 기간 옹호해 온 것으로 유명한 제임스 마틴 신부는 X(과거 트위터)에 "성소수자를 위한 교회 사역의 중요한 진전이자 눈에 띄는 변화"라면서 "이 선언문은 이전에는 주교, 신부, 부제들에게는 불가능했던 동성 커플을 위한 비전례적 축복의 문을 열어줬다"며 기쁨을 표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에도 보수 성향의 추기경들이 보낸 동성 커플 축복에 대한 편지에 대해 "사목적 사랑에는 인내와 이해가 필요하다"며 "사제들은 거부하고 배척하기만 하는 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답해 동성 커플 축복 허용을 시사해왔다.
같은 달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랜스젠더 신도가 세례를 받고 대부나 대모로 봉사하며 교회 결혼식에서 증인으로 설 수 있다는 신앙교리성의 선언문에 대해서도 공식 승인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 개최된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에서 성소수자 가톨릭 신도들이 느낀 깊은 좌절감 이후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이끄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활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했다"고 전했다.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는 동성 커플 축복·여성 사제 서품·사제 결혼 허용 등의 사안이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돼 가톨릭교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아쉬움을 산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독일에서는 교황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제들이 정기적으로 축복을 베풀어 왔다"면서 프란시스코 교황이 "더욱 포용적인 교회를 향한 비전을 강화하는데 나서고 있다"고 평했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