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 버스에 오르는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시카고시의 '성역도시'(불법체류자 보호도시) 정책이 혼돈 상태로 치닫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시카고시가 남부 국경지대에서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들을 태우고 오는 전세버스들을 단속하기로 하자 이송업체들이 시 당국과 연락을 끊고 불법입국자들을 시내 비공개 장소에 몰래 떨구기 시작했다.
시카고 시장실은 "버스업체들이 남부 국경지대발(發) 이송자들을 언제 어디에 내려놓을지 등에 관한 정보를 더이상 시 당국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제재와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미국 남부의 공화당 주지사들은 국경 위기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망명희망자들을 태운 버스를 민주당 주도의 '성역도시'들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측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 실패로 인한 불법입국자 급증 문제가 국경지역 지자체와 미 전역에 어떤 문제들을 초래하고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필요했다고 항변한다.
이와 관련 시카고시에는 작년 8월 이후 2만6천여 명의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가 이송됐다.
시카고시는 이미 오래 전에 수용한계를 넘어서 '이송 중단'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불법입국자들을 계속 실어 오는 버스업체들에 책임을 묻기 위해 50여 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폭스뉴스는 보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의 보좌관 말을 인용, "남부 국경지대에서 버스에 실려 온 불법입국자들이 이제 더이상 정해진 장소에 내리지 않는다. 그렇게 떨궈진 이들은 각자 보호소를 찾아 떠돌게 된다"고 전했다.
크리스티나 파시오네-자야스 시카고 시장 비서실장은 "시카고시가 버스 규제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규정 위반 버스들의 소유주를 처벌하기로 한 후 국경지역 업체들과의 모든 통신이 두절됐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통지도 보내지 않고 있다"며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 조례에 의거, 지정된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 시 당국의 승인 없이 불법이민자들을 내려놓는 버스는 압류 처분되고 운전자는 감금될 수 있다.
또 위반자는 버스 견인 및 보관 비용 외에 3천 달러(약 4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파시오네-자야스 비서실장은 이송업체들이 남부 국경지대의 불법입국자들을 북부 성역도시들로 옮기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버스 이외의 수단을 찾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부 국경에서 온 불법입국자들이 최근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이들은 '버스 기사로부터 시카고로 오는 기차표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경 지역 및 이송업체들과의 소통 부재를 우려하면서 "사전 통지나 조율 없이 이주민들을 쏟아놓고 가면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하려는 일들을 망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