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목욕탕 여탕 내 감전 사고로 사상자 3명이 발생한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 입구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새벽, 매일같이 다니던 목욕탕에서 70대 여성 세 명이 감전사로 숨졌다. 피해자들은 같은 동네 이웃으로 함께 목욕탕에 다니던 할머니들이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전해진 비보에 유족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참변이 일어난 곳은 세종시 조치원읍 죽림리 모텔 건물 지하 1층 여성 목욕탕으로 온수탕 안에 있던 A(70) 씨와 B 씨(71), C(71) 씨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피해자들의 빈소는 사고가 발생한 당일 조치원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급하게 차려진 빈소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난 숨진 A(70) 씨의 막내아들은 "새벽에 형한테 엄마가 감전돼 쓰러졌다고 전화가 왔다"면서 "어느 일요일과 다를 것 없이 매주 가시던 목욕탕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황망해했다.
고인은 이날 아침에도 목욕탕이 문을 열자마자 주말마다 자주 어울리시던 동네 분들과 목욕탕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24일 오전 목욕탕 여탕 내 감전 사고로 사상자 3명이 발생한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 입구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숨진 C(71·여) 씨의 둘째 아들도 "어제저녁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뵌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면서 "매주 일요일 동네 목욕탕에서 어르신들과 어울리고 식사도 같이하셨는데…"라며 울음을 삼켰다.
유족들은 또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상식적으로 목욕탕에서 감전이…. 누가 상상을 했겠냐. 어제도 와서 반찬도 가져가고 사과즙도 사놨다고 하셔서 사과즙도 가져갔는데"라며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눈물을 흘렸다.
40년 가까이 된 목욕탕이지만 피해자들은 집과 가까워 자주 찾던 동네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물이 깨끗하다며 사람이 없는 새벽에 목욕탕을 찾았다 이 같은 변을 당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 전기안전 공사 등은 전기가 온수탕 안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정밀 감식을 통해 누전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세종시에 따르면 해당 목욕탕은 지난 6월 전기안전 점검을 받았고, 당시 별다른 적발 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평소 목욕탕을 자주 찾았던 주민들은 건물이 워낙 노후화한 탓에 누전이나 화재 등 사고 위험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