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ITC '수입 금지' 결정 인용
'특허 침해' 논란 울트라2 등 미 판매 중단
혈중 산소 측정 기술 특허 침해 여부 관건
애플이 9월 공개한 애플워치9과 함께 이 제품을 이용해 혈중 산소를 측정한 결과가 표시된 스마트폰. AFP 연합뉴스
애플이 올해 9월 공개한 신제품 애플워치 고급 모델의 미국 내 판매가 중단됐다. 해당 제품들에 탑재된 혈중 산소 측정 기술을 특허 침해라 보고 수입을 금지시킨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단을 26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대로 인정하면서다. 이번 결정으로 애플은 이미지와 매출 등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한국 등 미국 외 지역 소비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무역대표부는 이날 "신중한 협의 끝에 ITC의 결정을 뒤집지 않기로 했다"며 ITC의 수입 금지 결정이 확정됐음을 발표했다. 애플워치는 중국 등 미국 외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어 미국 입장에선 수입품에 속한다. 수입 금지 결정은 사실상 미국 내 판매가 금지된다는 의미다.
ITC는 지난 10월 애플이 '미국의 의료기술 기업 마시모의 혈중 산소 측정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해당 기술이 들어간 제품들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시켰다. 애플은 2020년 출시한 애플워치 시리즈부터 이 기술을 탑재해 왔는데, 올해 신제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이전에 나온 제품들은 생산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9월 공개 이후 판매가 시작된 애플워치 '시리즈9'과 '울트라2'만 ITC 결정의 영향을 받게 됐다. 애플이 올해 공개한 애플워치 신제품 가운데 고가, 고급에 속하는 모델들이다.
'삼성 특허 침해' 거부권 쓴 백악관, 이번엔 다른 판단
ITC의 판단은 거부권을 가진 미국 정부에 의해 뒤집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약 두 달간의 검토를 거친 바이든 행정부는 ITC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다. 테크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10년 전과 다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미국 기업끼리의 분쟁이라 중립에 서기로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애플워치는 아이폰만큼 애플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애플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다. 따라서 특허 침해 논란에 이은 판매 중단 결정은 애플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애플은 이날 즉각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다.
반면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애플워치가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가 채 되지 않는 데다, 미국의 최고 쇼핑 대목인 연말 시즌도 거의 끝나가고 있어서다. 실제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0.28%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번 결정은 특히 미국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 소비자들에겐 영향이 없다. 미국에서도 수입 금지 제품들과 함께 공개된 애플워치 SE의 경우 계속 판매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제품엔 혈중 산소 측정 기술이 탑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