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후 2년 10개월, 미얀마의 봄은 ‘보이스피싱’에 달렸다?

by 민들레 posted Dec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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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지 2년 10개월이 지난 현재, 미얀마 정부군이 반군 연합의 저항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얀마에서는 소수민족들이 결성한 다양한 반군 세력이 군부에 저항해왔는데, 이 중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세력이 지난 10월 ‘삼형제 동맹’을 맺고 합동 공격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29일 미얀마민족주의동맹군(MNDAA)이 MNDAA 깃발 아래서 근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 삼형제 동맹의 대규모 합동 공격의 대표적인 명분은 미얀마와 중국 국경 사이에 창궐한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이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미얀마 범죄 조직이 자국민들을 납치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하는 것을 지적하며 군부에 보이스피싱 조직 소탕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군부에서는 보이스피싱 일당 소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지난 10월 14일 중국은 미얀마 북동부 반군 세력인 와족연합군(UWSA)의 도움을 받아 보이스피싱 범죄로 억류된 중국인 2349명을 본토로 넘겨 받았다고 발표했다. 정부군 대신 반군의 도움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을 소탕하고 자국민을 돌려받은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억류돼 활동한 중국인 수천명이 중국 송환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중국신문망 캡처)

 

이후 삼형제 동맹도 중국군 장비로 무장한 훈련 영상을 공개하며 중국과 함께 보이스피싱 조직 소탕 작전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삼형제 동맹은 지난 10월 27일 일명 ‘1027 작전’을 실행하며 전략적으로 군부에 대한 저항을 시작했고, 이 작전으로 미얀마 정부군은 고위 지휘관이 사망하거나 핵심 시설을 반군의 손에 빼앗기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미얀마 군부에 암묵적인 지지를 이어오던 중국이 돌연 반군 측으로 기운 것은 중국계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미얀마 코캉 지역의 악명높은 보이스피싱 조직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월 20일 코캉 지역에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억류된 중국인들이 몰래 탈출하다가 경비원의 총에 맞아 숨졌는데, 이 사건이 중국의 ‘마지막 인내심’을 꺾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제이슨 타워 미국 평화 연구소(USIP) 미얀마 지사장은 지난 14일 CNN에 “중국은 군사 정권이 중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국경 간 범죄 단속을 시작하도록 압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1027 작전을 활용해 왔다”며 “중국은 그동안 반군 세력에 분쟁 확대를 자제하라고 압력을 가해왔지만 10월 이후 이런 압박이 풀리면서 1027 작전과 같은 일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캉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미얀마 군부가 결탁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이다.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은 코캉 지역의 반군에 대항하기 위해 민병대인 ‘코캉 국경수비대’를 만들었는데, 코캉 국경수비대에서 요직을 맡은 밍쉐창의 아들과 그의 친인척은 지난달 중순 보이스피싱 조직을 보호했다는 죄목으로 잡혀 중국에 넘겨졌다.

여기에 중국은 지난 14일 미얀마 군부와 반군 간 휴전 협상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다급해진 미얀마 군부가 중국에 요청해 협상 자리를 만든 것이지만, 이 협상이 타결되기 직전인 지난 10일에는 중국 경찰이 코캉 지역의 보이스피싱 주모자 10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 중에는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에서 탈주하고 흘라잉과 결탁해 코캉 지역을 장악한 바이쑤오청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제이슨 타워 지사장은 “미얀마군은 국경수비대 지휘관 없이는 코캉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중국 측에 넘겨주는 것은 코캉을 MNDAA와 그 동맹국에 넘겨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끝까지 반군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얀마 위기 그룹(Crisis Group Myanmar)의 수석 고문인 리처드 호시(Richard Horsey)는 CNN에 “중국은 보이스피싱 조직 소탕을 위해 국경에서 단기간의 불안정과 갈등을 겪을 가치가 있다고 계산한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중국이 이 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오래 지속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