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러 최대 규모 공습에 반격
러 “금지된 집속탄까지 동원”
러시아 서부 국경도시 벨고로드에서 30일(현지시각) 소방대원이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불이 붙은 자동차의 불을 끄고 있다. 벨고로드/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당한 지 하루 만인 30일(현지시각) 러시아 국경 도시 벨고로드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벌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까지 동원하는 무차별 공격을 벌여 적어도 20명이 숨졌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우크라이나가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 형태로 구성한 두 기의 ‘올카’(빌카) 미사일과 체코산 뱀파이어 로켓으로 벨고로드 시내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방부는 미사일 두 기를 모두 격추했고 로켓도 대부분 막아냈지만, 파편 등이 시내에 떨어져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벨고로드 공격에 앞서 수도 모스크바와 브랸스크 등 4개 지역을 향해 발사된 드론 32기도 격추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 범죄를 응징하지 않은 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바체슬라프 글랏코프 벨고로드주 주지사는 시내의 쇼핑센터 등 상업 시설 여러 곳과 아파트 건물 22채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시내 중심부의 공공 스케이트장 근처에도 파편 등이 떨어지면서, 적어도 20명이 숨지고 111명이 다쳤다고 현지 관리들이 말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자동차에 붙은 불을 끄는 영상 등을 공개했고, 소셜미디어에는 도심에서 연기가 치솟는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벨고로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에서 40㎞ 정도 떨어진 도시로, 지난해 2월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시작된 이후 때때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왔다.
러시아군 공습과 우크라이나군 보복
러시아는 이번 공격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테러 공격”을 감행하도록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은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이 벨고로드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부 장관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벨고로드 공습 몇 시간 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북부 최대 도시인 하르키우 중심부에 미사일을 쏴, 청소년 2명 등 모두 21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헤르손, 미콜라이우 등의 도시도 드론을 동원해 공격했다.
우크라이나의 벨고로드 공격은 러시아군이 전날 침공 전쟁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벌인 데 대한 보복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군은 전날 122기의 미사일과 드론 36대를 동원해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적어도 39명이 숨지고 159명이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거의 120개의 도시와 마을이 피해를 당했고, 수백개의 민간 시설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공군이 미사일 122기 가운데 87기를 격추시키는 데 그쳤다며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약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연구 기관 ‘우크라이나 안보협력 센터’의 세르히 쿠잔 의장은 “러시아군의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압도했다”며 이날의 공습은 “드론, 탄도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결합한 아주 교묘하게 구성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