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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면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CEO
美 재무장관도 도움 구하는 ‘월가의 황제’
상대방 가리지 않는 독설의 대가
상원 청문회서 정부 규제 강하게 비판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드러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연합뉴스>

 

“(금융 당국의) 소비자 규제가 경제적 분석 없이 이루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서슬퍼런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최근 제출된 한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서면 답변 중 일부입니다. 답변의 주인공은 제이미 다이면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CEO. 2006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을 이끌고 있는 금융업계 스타 경영인입니다.

미국 금융업계에서 다이먼 회장의 존재감은 유달리 큽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JP모건체이스를 인수하며 오늘날의 ‘금융 왕국’을 건립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또 젊음을 바친 회사에서 쫓겨난 뒤 자본시장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 지금의 위치에 오른 개인적인 스토리도 한몫 합니다.
 

월가 문제 해결사, 할말은 하는 독설가

미국 금융당국도 다이면 회장에게는 의견을 묻고 도움을 청합니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지역 은행들로 금융 경색이 퍼질 위험에 처하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다이먼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옐런 장관은 그에게 당시 파산 위험에 놓인 미국 지방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이먼 회장은 다른 대형 은행 경영진들에게도 연락을 취해 중소 지역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할 것을 독려했다고 합니다. 물론 결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한 JP모건에게 좋은 비즈니스 기회이기도 했다는 점을 것을 부인하긴 어렵지만요.
 

지난 5월 파산한 후 JP모건에 인수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점. <사진=연합뉴스>

 

그의 또 다른 특징은 ‘독설’입니다. 다이먼 회장은 은행권을 향해 부당한 비판을 한다고 판단되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반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2013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함께 토론하던 헤지펀드 경영진과 국제 금융기구 고위 인사를 무안하게 만들었던 일화는 아직도 참석자들 사이에서 회자됩니다. 당시 다이먼 회장은 폴 싱어 엘리엇캐피탈 매니지먼트 CEO가 ‘대형은행 공시에 허점이 있고 불투명하다’고 지적하자 ‘헷지펀드가 더 불투명하다’고 즉각 반박했다고 합니다. 은행이 취급하는 금융상품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고 발언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에게는 “우리가 비행기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지 않나”며 금융상품도 그만큼 전문화된 분야기 때문에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응수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정부라면 (암호화폐 시장) 문 닫게 할 것”

다이먼 회장의 독설은 여전히 독합니다. 그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연례 청문회에 출석해 요즘 한창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에게 “나는 항상 암호화폐, 비트코인 등에 크게 반대해 왔다”며 “범죄, 마약 밀수, 돈세탁, 세금 회피 등에만 제대로 된 사용처가 있다”고 한 것입니다. “내가 정부라면 (암호화폐 시장) 문을 닫게 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외신들은 이 발언을 두고 ‘워런 의원과 은행업계 인사 간 드물게 의견이 일치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워런 의원은 보통 은행을 규제하는 정책에 찬성해왔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은행업계 이익이 걸린 문제에 있어 그의 말은 더욱 독해집니다. 다이먼 CEO는 청문회 참석 전 서면으로 제출한 답변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진하고 있는 직불카드 수수료 제한 정책에 대해 ‘경제적인 분석이 결여돼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연준은 최근 직불카드 수수료 상한을 낮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직불카드 수수료는 소비자가 직불카드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결제하면 가맹점들이 은행에 지불하는 돈입니다. 현재 대형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직불카드 수수료는 결제 건당 21센트에 거래액의 0.05%를 더해 책정됩니다. 연준은 2011년부터 이 상한을 낮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아직 이행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수료를 인하해달라는 소상공인들(가맹점)의 지속적인 요구가 나왔고, 카드사들의 결제 처리 비용이 내려가고 있다는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연준은 이같은 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이먼 회장은 직불카드 수수료 인하 압력이 들어오면 은행들이 직불카드 계좌 발급 자체를 꺼리게 될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입법기관은 이같은 조치가 신용이 낮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수수료가 훨씬 더 비싼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직불카드는 신용카드에 비해 저소득층 사용 비율이 높습니다. 계좌와 연동돼 잔고 이상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수수료도 신용카드에 비해 낮아 소상공인들에게도 더 나은 대안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수수료를 강제적으로 낮추는 정책이 결국 직불카드 계좌의 공급 감소로 이어져 저소득 소비자 및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금융 규제 앞두고 더욱 바빠지는 그의 입

이날 청문회에서는 각종 금융 규제 강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습니다. 연준을 비롯한 미국 금융 당국은 바젤3 규제 최종안 시행, SVB사태 이후 추진해 온 ‘자본규제 적용대상 확대’ 등에 대한 금융권 입장도 들었습니다.

현재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은 자산규모 1000억 달러 이상 대형은행 등을 대상으로 자본을 더 확충할 것을 골자로 하는 규제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가 안좋아져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에서 손해가 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본 비율을 2%포인트 가량 높이라는 겁니다. 이를 위해 당국은 내년 1월까지 업계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관련 규제는 2025년7월부터 도입, 2028년7월 전면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규제 강화에 대해 다이먼 회장은 당연하게도 ‘강력 반대’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의 자본이 부족하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바젤3가 시행된다면 은행들의 의무 충족 자본량은 20~25%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정당하지도 않고 불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이먼 회장의 말이 더욱 독해진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나타날 자산 가치 하락, 대출 연체율 상승에 금융 당국은 ‘백신’을 놓으려고 하고, 아직 아프지 않은 환자는 맞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입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금융업계는 미국 글로벌 은행들이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고 해서 한국 기관들도 당장 같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본금 확충으로 인한 유동성 축소, 업계 1위 기업들의 자본금 축소로 인한 영업 방식의 변화는 간접적으로 한국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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