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간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가자지구 전쟁과 해법을 둘러싸고 시각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명운까지 달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자지구서 작전중인 이스라엘군 [사진출처 = 연합뉴스]
7일 로이터·AFP 등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후 네번째 중동 순방에 돌입했다. 전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난 블링컨 장관은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집트를 연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중동 순방의 목적은 명확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자지구 전쟁 종료, 이후 가자지구 통치, 궁극적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현재 이스라엘에 강한 압박을 행사하고 있다.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저강도’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더이상의 민간인 희생과 전쟁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이스라엘군(IDF)은 ‘저강도 공세’로 전환했음을 공식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곳곳서 이상신호가 감지된다.
‘저강도 공세’로 전환함에 따라 지상군간 전투에 앞서 흔히 이뤄지는 강력한 공중 폭격이 사실상 사라졌다. 탱크와 야전포대의 지원 사격도 끊긴 상태다.
‘지원 폭격’이 없는 만큼, 가자 남부에서 지상전을 전개하고 있는 이스라엘군 희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한다. 이 때문인지 이스라엘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가 미국의 간섭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 66%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폭격을 저강도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에 동의하지 않았다.
보수 성향 국민 87%가 미국의 간섭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진보 성향은 27%만이 반대의사를 표했다.
주목되는 것은 중도 성향 국민 72%가 미국의 압박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중동 문제 전문가는 “이스라엘 국민 다수는 하마스에 대한 강력한 공격이 인질 석방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등 강경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정부와 이스라엘군 모두 깊은 고민에 빠진 상태”라고 밝혔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출처 =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후 가자지구 통치를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 박멸’을 원한다. 하마스를 궤멸시킨 후 가자지구에 다시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하루속히 전쟁을 끝낸 후, 사실상 10월7일(이·하마스 전쟁 발발일) 이전 상태로 가자지구를 돌려놓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드는 이른바 ‘2국가 해법’을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종식시키길 원한다.
중동 전문가는 “바이든과 네타냐후 모두 정권의 명운이 달린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며 “전통 우방인 미국과 이스라엘간 갈등이 중동 정세를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넣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 더 큰 전쟁을 막아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정권을 잡고 있는 한 ‘2국가 해법’에 도달하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네타냐후 퇴진에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민주당 지지층내 무슬림 목소리가 커진 점도 미국과 이스라엘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하마스 박멸’로 만회해야 하는 처지다. 최근 네타냐후 지지율이 경쟁자인 야당 대표(베니 간츠)에 뒤지고 있는 것도 큰 부담요인중 하나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압력에 침묵과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차기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