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3인자 암살에… 이도 맞불
美-EU 외교수장 확전방지 순방
이란은 “적과의 전면전” 엄포
유럽-중동 순방 나선 美블링컨 7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유럽·중동 순방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암만=AP 뉴시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3인자인 살레흐 알 아루리 피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미사일 62발을 발사했다. 확전 긴장감이 고조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외교수장이 각각 중동으로 출동해 진화에 진땀을 빼고 있다. 하지만 직접 개입을 피하던 이란까지 ‘전면전’을 언급하고 이스라엘은 “전투가 올해 계속될 것”이라며 전의를 꺾지 않고 있어 개전 100일을 앞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가자지구, 홍해에 이어 레바논 본토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오전 이스라엘 북부 메론 공군기지에 미사일 6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마스 3인자인 아루리 등 6명이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 하마스 사무실에서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진 데 대한 “초기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레바논에서 메론 기지로 미사일 약 40발이 날아왔다고 확인했으나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로켓 공격에 책임 있는 테러조직에 대해 드론으로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남부 군사기지와 헤즈볼라의 기반시설 등 여러 목표물을 공격했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대원 5명이 숨졌다고 헤즈볼라 측은 밝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확전 우려가 커지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튀르키예와 그리스에서 중동 순방을 시작하며 연쇄 회동을 가졌다. 그는 “진짜 걱정 중 하나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국경”이라며 “긴장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게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레바논을 직접 찾은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레바논이 분쟁에 끌려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란까지 ‘전면전’을 언급하며 엄포를 놔 긴장감을 더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이날 반다르아바스에서 열린 해군 함정 공개 행사에서 “오늘날 우리는 적(敵)과의 전면전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대응 중인 서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풀이했다.
이란은 1일 구축함 알보르즈함을 예멘 인근 바브엘만데브해협에 파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후티 반군이 하마스 지지를 위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한 뒤 이에 맞서 미국이 다국적 해상 안보 작전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수행 중인 가운데 나온 조치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군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 북부에서 하마스 해체를 완료했고, 이제는 가자 중부와 남부의 하마스 해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6일 “하마스 제거, 인질 전원 송환, 이스라엘을 향한 위협 제거라는 세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진 전쟁을 멈춰선 안 된다”며 전의를 꺾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