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만 신베이시의 한 총통선거 투표소에서 개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신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총통 선거의 투표가 13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5시) 종료됐다.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이날 밤 당선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3일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보면, 이날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제16대 대만 총통 ·입원위원(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오후 4시 마감했다. 대만 전역 1만7795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됐고, 투표 종료 뒤 곧바로 개표가 진행됐다. 대만은 한국과 달리 투표함을 한 곳에 모아 전자 개표를 하지 않고 투표 종료 직후 투표소에서 곧바로 수기로 개표를 진행한다. 투표율도 곧바로 집계되지 않는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20살 이상 성인으로, 대만 전체 인구 2395만명의 81.6%인 1955만명이었다.
이번 총통 선거에는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와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제2 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대만 티브이비에스(TVBS) 집계를 보면, 이날 오후 7시(한국시각 8시) 현재 라이 후보가 40.47%(363만표), 허우 후보가 33.28%(300만표), 커 후보가 26.41%(238만표)의 지지율로 각각 1, 2, 3위를 달리고 있다. 절반 가까운 900만표가량이 개표된 가운데 라이 후보가 상당한 격차로 앞서고 있고, 3위 커 후보도 26%의 득표를 하며 선전하고 있다.
앞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인 지난 2일 연합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라이 후보가 32%, 허우 후보가 27%, 커우 후보가 2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친미·반중 기조의 민진당 라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민주 대 독재’의 대결로 규정하고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라이 후보는 전날 유세에서 “민주 진영과 힘을 합쳐 대만 안보를 지키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당 허우 후보는 친미 기조를 바탕으로, 중국과 교류·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우 후보는 전날 유세에서 “민진당 라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만해협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한 표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대만의 안보에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중당 커 후보는 중도 노선을 표방하며, 중도층과 20·30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커 후보는 전날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새 정치와 옛 정치의 대결”이라며 “모두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민진당이 국민당으로 바뀐다고 대만 사회가 바뀔까. 변화를 가져올 사람은 바로 나”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미국·우크라이나 대선 등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 선거가 몰린 2024년에 치르는 첫 대형 선거다. 대만은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 자리잡고 있어 선거 결과가 중국-대만 관계는 물론 국제 정세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이 당선을 원하는 후보가 다른 점도 주목된다. 미국은 이번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핵심 외교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며 3년 동안 손발을 맞춰온 민진당 후보의 당선을 원하고 있다. 다만, 세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만 외교·안보의 사실상 후견인인 미국이 제시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통일을 핵심 목표로 내걸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집권 민진당과 대화를 중단해 온 중국은 양안 교류·협력을 추구하는 국민당 후보의 당선을 노골적으로 지지해 왔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