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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구호국제기구 옥스팜, 세계 빈부 격차 '불평등 주식회사' 보고서 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5월 중국 호텔을 떠나면서 테슬라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 머스크 CEO는 15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표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를 소유한 인물로 꼽힌다./로이터=뉴스1

 

영국 빈민구호국제기구 옥스팜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 5대 부호의 자산이 2배 넘게 증가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약 50억명의 자산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다보스포럼) 개최에 맞춰 공개한 것으로 대부호들이 기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면서 세계 빈부 격차가 더욱 극심해졌다는 취지다.


"5대 부호가 하루 13억씩 써도 다 쓰려면 476년 걸려"옥스팜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불평등 주식회사' 보고서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세계 5대 부호의 자산이 2020년 4050억 달러(535조원)에서 지난해 8690억 달러(1148조원)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5대 부호가 하루에 100만 달러(13억원)씩 쓴다고 해도 총 재산이 바닥나려면 476년이 걸린다"고 했다.

같은 기간 전체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34% 늘어 3조3000억 달러(4363조원)만큼 더 쌓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옥스팜은 "억만장자들의 자산 증식 속도가 물가 상승률의 세 배에 달했다"고 부연했다. 또 2027년까지 백만장자 수는 44%, 자산이 5000만 달러(661억원) 수준인 인구 수는 5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옥스팜은 "세계 5대 부호의 자산이 최근 5년 추세를 따라 계속 증가한다면 10년 내 조만장자가 등장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빈곤 문제는 최소 230년 간 해결 불가능하게 된다"고 했다. 자산 쏠림이 심화되면서 빈부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취지다.


"상위 1%, 전세계 금융자산 43% 소유"옥스팜은 특히 금융자산의 쏠림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세계적인 대부호들에 대한 정보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업체 '웰스엑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상위 1%가 전세계 금융자산의 43%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중동은 상위 1%가 금융자산 48%를, 아시아는 50%를, 유럽은 47%를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팜은 "2019년 이후 48억명은 더 가난해졌다(자산 감소)"며 "글로벌 노스(북반구 국가들)와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국가들)의 빈부 격차는 최근 25년 기준 최고치에 이르렀다"고 했다. 글로벌 노스, 글로벌 사우스 표현은 유럽·북미 등 선진국과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가 사이 빈부 격차를 지적할 때 쓰인다.

옥스팜은 "유럽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 수탈로 쌓아올린 부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식민지 인도에서 45조 달러어치를 수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식민 통치 기간 글로벌 사우스의 부를 착취했다"고 했다.


"매년 230만명 산업재해, 질병으로 숨져"옥스팜은 기업들이 현재도 각종 편법과 권리침해를 통해 이익을 쌓아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옥스팜은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이용, 고용과 관련된 비용과 법적 규제를 우회해 상당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며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위험한 정도를 넘어 생명의 위협을 받는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다"고 했다. 옥스팜은 국제노동기구(ILO) 연구를 인용, 매년 230만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와 질병으로 숨진다고 강조했다.
 

연방정부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보건부 청사 밖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또 1985년에만 해도 전체 노동자 중 노동조합 가입 비율이 30%였으나 2017년 17%까지 추락했다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회원국 대상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비영리 기업연구단체 월드벤치마크얼라이언스 자료를 기반으로 전세계 1600개 대기업을 분석했는데, 이중 노동3권 중 하나인 단체교섭권을 완전 보장하는 기업은 0.7%에 불과했다고 했다.

옥스팜은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와 과세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옥스팜은 1975년 23%였던 법인세 실질과세율이 2019년 17%까지 하락했고, 조세회피처로 흘러간 기업이익이 2022년 기준 1조 달러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근거로 들었다. 옥스팜은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옥스팜 보고서 반론…"로스쿨 가려고 대출받은 사람이 빈곤?"옥스팜 주장에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 소속 연구원 찰스 케니는 미국 라디오 NPR과 인터뷰에서 "50억 명의 삶이 더 나빠졌다는 말을 신봉하지 않는다"고 했다. 케니 연구원은 옥스팜이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하는 형식으로 50억 명의 경제 수준을 측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식이면 로스쿨 진학 등 고등교육이나 재테크 목적으로 대출받은 이들까지 빈곤층에 들어간다는 것. 케니 연구원의 지적에 대해 옥스팜은 "그런 인구는 50억 명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다시 반박했다.

또 케니 연구원은 조사 기간을 2019년 이후가 아니라 최근 20, 30년으로 늘린다면 빈곤층 삶의 질은 오히려 올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그는 "보건, 교육 분야만 봐도 세계 기대수명과 재학 인구 모두 증가했다.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보다 긍정적"이라면서도 "물론 빈부 격차가 극심한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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