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행복도' 조사해 보니…네이버 '웃고' 카카오 '울고'
한 때 선호기업 1위였는데…취준생 사이서도 인기 '시들'
사진=허문찬 기자
"처음 입사했을 땐 자랑 많이 했는데…지금은 불안한 마음이 크긴 하죠."
카카오 한 계열사에 재직 중인 30대 직원 A씨는 "최근 여론도 안 좋아지고, 점점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어 다니는 입장에서도 힘이 빠진다"며 이 같이 털어놨다. "회사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다"고도 했다. 또 다른 카카오 계열사에 재직 중인 B씨도 "회사가 뒤숭숭하고 지난해부터 사실상 재택근무가 사라져 아쉽다"면서 "경기 침체에다 이직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 일단은 머물러 있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 행복도' 조사해 보니…네이버 '웃고' 카카오 '울고'
카카오 사옥 외부 전경. 사진=카카오 제공
한때 '갓카오'로 불리던 카카오 임직원들의 회사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 정보기술(IT) 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꿈의 직장'으로 떠올랐지만 사법리스크와 내부 경영 비리 등이 잇따라 터지며 재직자들은 물론이고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소셜플랫폼 블라인드가 한국노동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직장인 행복도 지표 블라인드 지수'(BIE·Blind Index of Employees' Happiness)에 따르면 카카오는 39점을 받아 전년(50점) 대비 떨어졌다. 지난해 주요 그룹 중 1위를 차지했던 카카오는 7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반면 동종업계 라이벌 네이버는 지난해 47점에서 올해 62점으로 껑충 뛰어 구성원 행복도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네이버웹툰(76점), 라인플러스(69점), 네이버(66점) 등 주요 계열사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블라인드 지수'는 그해 재직자들이 평가하는 회사에서의 행복도로 직무만족도와 동료관계, 워라밸, 복지 등 다양한 항목으로 측정한다.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항목은 '스트레스'와 '직무 만족도'로 꼽힌다. 블라인드 관계자는 "카카오는 1년 사이에 조직 로열티(loyalty·충성도) 항목에서 10점이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는 동일 항목에서 10점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프=블라인드 제공
카카오 임직원들의 회사 만족도가 떨어진 데에는 각종 사법 리스크에 내부 비위 논란, 경영진의 '주식 먹튀' 사태 등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창업자인 김범수부터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경영진의 골프장 회원권 관련 비위 의혹 및 방만 경영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회사 안팎으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블라인드 회사 리뷰에서 한 현직자는 "계속되는 경영진발 악재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며 "보상도, 복지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이도 "불미스러운 사고로 구성원 전체가 의욕이 없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때 선호기업 연속 1위…취준생 사이에서도 인기 '시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사옥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허문찬기자
취준생 사이에서도 카카오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2020~2021년 연속 1위를 했던 카카오는 1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며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IT 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선호기업 1위에 올랐었다. 자유분방한 사내 문화와 성장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1년 사이에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취업플랫폼 인크루트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대학생이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카카오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최상위를 지켰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삼성전자가 카카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서울 소재 K대학교에 다니는 학생 C씨는 "최근 2~3년 사이에 카카오가 삼성전자와 네이버를 제치고 선망 기업 1위였던 것 같은데 순식간에 선호도가 떨어졌다"며 "'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는 옛말이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