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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총통 취임식 전까지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는 높일 듯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앞줄 가운데) 당선인이 타이베이 민진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중국 군용기 11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공역을 침범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고 딱 나흘 만이었다. 대만 독립과 반중(反中) 정서를 내세운 민진당의 승리에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이 증폭하며 경제적 후폭풍이 거세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압박 수위를 계속 올린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이어 또 다른 글로벌 경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의균

 

中, 대만 침공 가능성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일단 오는 5월 20일 예정된 총통 취임식 전까지 대만을 향한 중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식 취임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한 일종의 ‘기죽이기’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라이 당선인은 559만표(40.1%)를 얻어 친중(親中) 노선의 중국국민당 허우유이(467만표·33.5%)와 중도 성향의 대만민중당 커원저(370만표·26.4%)를 제치고 당선됐다. 대만에선 2000년부터 8년마다 민진당과 국민당 사이 정권 교체가 이뤄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8년째 집권한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에 이어 친중 세력이 바통을 넘겨받기를 기대했을 중국의 실망감이 컸을 것이란 얘기다.

반중파 정당의 3연속 집권에 중국의 압박 수위는 더 세질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은 선거 전에도 “라이칭더가 당선될 경우 양안 관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고 했고, 선거 직후에도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위협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 독립은 과거에도 성공한 적이 없고, 미래에도 성공할 수 없다”며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례가 있으니 중국의 대만 침공이란 사태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시선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대만 관계를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와 비교한 칼럼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모두 우크라이나와 대만 땅을 정당하게 자국 영토로 여기고 있다”면서 “대만인들이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베이징의 우려가 커지는 요인”이라고 했다. FT는 다만 대만해협에 전운이 감돌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미국이 직접 참전할 가능성이 크고, 러시아의 육상 침공과 달리 중국은 대만이란 섬나라에 상륙작전까지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대만과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서로 달라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반도체란 호국신산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이 대만에 대한 ‘침공 카드’를 쓰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데엔 ‘반도체’가 있다. 대만도 자국 기업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 부르며 핵심 사업으로 볼 정도로, 반도체는 대만의 경제 안보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 “반도체는 세계 공동의 자산”이라며 “대만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국제사회가 함께 반도체 산업을 소중히 여겨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중국 입장에선 미·중 갈등으로 반도체 수급이 어려움을 겪는 처지라 대만산 반도체가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만을 봉쇄하거나 침공하면, 중국 경제에도 ‘양날의 검’이 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양국 경제에 괴멸적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최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은 전쟁 첫해에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잃게 되고, 중국도 GDP의 16.7%가 증발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두 나라의 GDP 손해만 약 4300조원으로 한국 GDP(약 220조원)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전쟁의 불씨는 대만해협을 넘어 주변국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각각 GDP의 23.3%, 13.5%가 감소하며 전쟁 당사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중국 체면 살린 ‘반쪽 승리’


중국의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이번 대만 선거에서 중국이 체면은 살렸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입법원(국회) 선거에서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전체 의석(113석) 가운데 52석을 차지하며 기존 37석에서 의석수를 크게 늘려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민진당은 입법원에선 국민당보다 적은 51석만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대만 국민들이 총통은 반중 정당에, 입법원엔 친중 정당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대만에서 입법원 선거는 경제적 노선을 택한다는 의미가 짙다”며 “입법원 선거에서 친중 의석이 늘면서 중국 입장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가 그리 실망스럽지만은 않게 됐고, 대만에 대한 경제적 위압책을 쓸 유인도 그만큼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진호 대만중앙연구원 교수는 “중국은 지금까지 대만과 한 손으로 악수하고 한 손으로 때리는 식의 정책을 펼쳐왔지만, 대만에 대해 강압책을 쓸수록 대만의 반발심을 부추기고 미국의 개입 명분이 커진다는 걸 깨닫고 있다”며 “중국이 자국민을 위한 정치적 퍼포먼스 차원으로 대만에 대한 무력 도발을 할 여지는 여전히 있지만, 경제적 이익을 생각해 유화책을 앞세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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