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美 중재 오슬로협정으로 평화 초석 다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반발 심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에 위치한 라파에서 22일(현지시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남부 칸 유니스에서 공습을 실시했다. 2024.1.22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두 국가 해법'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거절하며 양국 간 선명한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면서다.
2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9일 약 한 달 만에 통화했다. 이들은 인질 석방 노력,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 변화 외에도 두 국가 해법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국가 해법(two state solution)이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가자 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해 두 국가가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두 국가 해법은 1993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합의한 오슬로협정의 주춧돌이 되기도 했다.
양측은 오슬로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와 선거, 과도기협정, 이스라엘군의 재배치와 철수, 유대인 정착촌, 난민 문제 등에 합의하며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시 협정 당사자였던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은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을 해결할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두 국가 해법을 언급했고, 유럽연합(EU) 역시 두 국가 해법을 반대하는 이스라엘 정권에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평화와 안정을 구축할 수가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두 국가 해법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 내에서는 강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연설에서 "절대적인 승리가 아니면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분쟁이 끝나기 위해서는, 요르단 강 서쪽 모든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정착촌 건설 등 전쟁으로 확보한 불법 점령지들을 영구적으로 영토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불법 점령지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 행위에 속한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도 쇼설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 땅에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없을 것"이라고 썼고, 치피 호토블리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며 "세계는 팔레스타인이 결코 이스라엘 옆에 국가를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내부적으로도 두 국가 해법을 두고 분열된 상태다. PLO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반면, 이스라엘을 뿌리 뽑길 원하는 하마스는 두 국가 해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