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하락과 연료 보조금 정책 폐지에 불만
프랑스 농민 시위에 참가한 트랙터 운전자들이 29일(현지시간) 파리 북부 고속도로를 막아섰다. ⓒAP/뉴시스
800여대의 트랙터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봉쇄했다. 지난 2주간 시위를 벌여오던 프랑스 농민들이 파리로 향하는 주요 고속도로 등을 막아선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전국농민연맹’과 ‘젊은농부들’은 29일(현지시간) 오후부터 파리 주변 고속도로 8곳을 무기한 봉쇄하고 파리 근교 렁지스에 있는 도매시장을 점령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이날 보안군을 투입해 도매시장과 파리공항 봉쇄를 저지하고 농민들의 파리 진입도 막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불만은 줄어든 소득과 연료비 상승이다. 농민들은 지난해부터 수입 농산물이 대거 유입되고 대형 유통 체인 등의 횡포로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연합(EU)은 농산물 수출강국인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명목으로 농산물에 대한 수입 할당량과 관세를 철폐한 바 있다.
그 결과 프랑스와 독일, 폴란드 등 나라에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트랙터에는 “주당 70시간 일하고 한 달에 400유로(약 60만원) 수익이 난다면 누가 이 일을 하겠나”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여기에 농업용 연료 보조금 삭감은 결정타였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9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보조금을 줄이겠다며,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면세를 폐지하고 있다.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농민들은 결국 지난 18일 거리로 나왔고, 이날 파리를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수도로 향하는 모든 주요 도로는 농민들의 것”이라며 “파리를 굶겨 죽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프랑스 농민들이 파리 북부 근처 고속도로를 봉쇄한채 불을 피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위를 주도하는 두 시민단체는 프랑스의 양대 농업 노조다. 노조원 수는 각 21만여명, 5만명이며 여기에 남서부 지역 농민들도 자발적으로 합세해 시위대 규모는 약 30만명으로 추정된다. 시위대가 점령한 렁지스 도매시장은 프랑스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파리와 근교 지역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이 “파리를 굶겨 죽이겠다”고 표현한 것은 이 도매시장의 점령을 끝까지 이어가겠단 뜻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6일 시위의 도화선이된 연료 보조금 삭감 계획을 백지화하고, 농가 보조금 지원 조건 등을 제시하며 ‘농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아르노 루소 전국농민연맹 대표는 “프랑스 정부가 노조의 122가지 요구사항 중 일부만 해결하려한다”며 강경 투쟁을 계속할 것을 예고했다.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