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본과 연출력이 만나 최고의 합을 이루면, 배우의 연기 수준까지 한층 자연스럽게 보인다. 정해인이 넷플릭스 시리즈 ‘D.P.’(극본 김보통·한준희, 연출 한준희)와 한국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통해 군인 캐릭터에 최적화했음을 입증했다. 군복을 입으면 잊을 수 없는 자신만의 입지를 새겨 넣은 것이다.
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각각 맡은 캐릭터에 녹아든 정해인은 어느새 군복이 참 잘 어울리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비록 ‘D.P.’(‘디피’) 에서는 탈영병들을 잡느라 사복을 입고 등장한 장면이 많았지만.
‘디피’ 시리즈에서 안준호 이병을 연기한 그는 군대 조직의 병폐를 드리우며 보는 이들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안준호가 보여준 최선의 행동에, 정해인은 최선을 다해 분출했다.
‘디피’ 시즌1은 여전히 뿌리 뽑지 못한 군대 내 폭력의 풍경을 사실과 동등하게 그렸다면 ‘디피’ 시즌2는 개인의 폭력성과 함께 그에 따른 피해, 그리고 이 같은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로 영역을 넓혀 폭력의 습관성을 분석해냈다. 드라마가 말하고 싶었던 심오한 메시지가 감독의 연출, 배우의 연기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정해인은 실존인물 김오랑 소령을 모티프로 창조해낸 오진호 소령을 연기했다. 같은 배우가 소화한 군인들이지만, 준호와 진호를 도저히 같은 사람으로 보기 어려웠다.
정해인이 지닌 순박한 미소에 안정감을 주는 깊은 목소리엔 묵직한 에너지가 있다. 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그가 그동안 섭렵해 온 캐릭터에 각각 어울리는 매력을 두루 갖춘 덕분이 아닐까.
특히 ‘서울의 봄’에서는 등장한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음에도 관객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배우의 특별출연이 감독과 제작진의 꽤나 영리한 사용법이었다.
현재진행형인 정해인의 변신은 지금까지 그러했듯 앞으로도 보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듯하다. 순진하고 말쑥하게 보이는 얼굴 뒤에 또 어떤 모습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다.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