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 현지 밀착 여행' 콘셉트 프로그램 인기
20~30대 여행 관심 늘어…20대 남성 소비 뚜렷
젊은 세대 '가치소비'·엔데믹 '보복 소비' 영향도
여행하는 모습으로 젊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출연자들. /사진=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3 스틸
#광고대행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 이모 씨(27)는 퇴사를 결심하고 한 달간 남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무계획', '끌리는 대로'가 이번 여행의 콘셉트다. 4년간 마케팅회사에서 일했던 직장인 황모 씨(30)는 지난해 말 퇴사 후 여행 유튜버로 전향했다. 황씨는 새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본인의 '여행 기록'을 유튜브에 담기로 결심했다.
20~3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단순 해외여행이 아닌, 퇴사 후 장기 해외 체류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 등 자신의 여행기를 온라인에 기록하며 공유하는가 하면, 함께 떠날 '여행 메이트'를 구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게 최근 방송가에서도 화제가 됐던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 시리즈다. 특히 지난 4일 종영한 시즌3는 6%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고, 기안84가 지난해 연말 MBC '연예대상' 대상을 차지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기안84를 비롯해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방송인 덱스 등이 무계획으로 떠난 여행기를 보여줄 뿐인데, 이들의 '날 것의 여행'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출연진들이 여행하는 모습. /사진=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3 스틸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공식 플랫폼 펀덱스에 발표된 지난해 12월 4주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태계일주3'는 TV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7위에 올랐고, VON 댓글 수 1위, VON 게시글 수 3위에 올랐다. 남미, 인도, 마다가스카르까지. 자유로운 여정이 주는 대리 만족감과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문화와 삶 등을 느끼게 해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태계일주' 코스대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태계일주' 남미 편을 보고 페루에 다녀왔다"는 직장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중남미는 많은 사람에게 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여행지인데, 방송을 보고 남미 여행에 관심이 생긴 이들도 있을 것 같다"며 "(방송에서 나왔던) 우유니 사막에 모인 한국인들을 보고, '나처럼 여행하는 직장인들이 꽤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난 건 관련 상품 판매 현황에서도 엿볼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모바일 채널 구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행상품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180% 뛰었다고 밝혔다. 특히 20대 남성이 코로나19 이후 3년 연속 해외여행의 주 소비층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여행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2023~2024 국내 및 해외 여행소비자 행태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해외여행 경험률(TCI)은 77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해외여행을 위해 출국하는 사람들. /사진=뉴스1
세계적으로 불황이라는 경기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올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GS샵이 지난 1월 15일~17일까지 3일간 '홈쇼핑 여행상품'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199명 중 96.5%가 '올해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응답한 비율 77.9%보다 18.6%포인트(p) 높은 수치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 이후 고용 등 경제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변했고, 이들 세대의 삶의 질이 향상된 영향도 있다"며 "뿐만 아니라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여행 관련 정보나 상품을 접할 기회가 확대됐다는 점도 여행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