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국가에서 우려스러운 현상"
"입장 제한, '카공족'과 고령층까지 확산"
제주 한 카페 입구에 붙은 '노키즈존' 안내문. [연합뉴스]
저출산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프랑스의 대표 매체가 저출산과 연관지어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9일(현지시간) "한국 사회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면서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한국의 현 상황을 짚었다.
르몽드는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에서 전국 노키즈존은 542곳,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구글 지도에 표시한 노키즈존도 459곳"이라며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이 일종의 낙인찍기라고 해석했다.
이 매체는 "집단 간 배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중앙대 사회학과 이민아 교수의 진단도 소개했다.
한국에서 노키즈존이 2010년대 초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주로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법적 책임과 연관된다고 르몽드는 설명했다. 식당 등에서 어린이 관련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업주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2011년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힌 10세 아이가 화상을 입자 법원이 식당 주인에게 피해 아동 측에 4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노키즈존 운영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라는 응답이 68.0%(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란스러운 아동으로 다른 손님과 마찰이 생길까 봐'(35.9%), '처음부터 조용한 가게 분위기를 원해서'(35.2%), '자녀를 잘 돌보지 못하는 부모와 갈등이 생길까 봐'(28.1%) 등의 답변이 나왔다.
서울 시내의 한 일식당 주인은 "전에는 유아용 카시트를 뒀었는데,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음식을 던지는 등 문제가 너무 많았다"며 "그런 행동은 비싼 값을 내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다른 손님을 짜증나게 할 수 있다"고 노키즈존으로 바꾼 이유를 르몽드에 설명했다.
노키즈존 운영에 놓고 이를 영업의 자유로 볼지, 아니면 특정 계층을 겨냥한 차별로 볼지에 대해 한국 사회가 열띤 논쟁에 빠졌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의회에선 노키즈존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려다가 "영업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혀 '확산 방지'로 표현을 다소 완화하기도 했다.
일부 식당은 '법적 책임'과 '아동 차별'이란 딜레마에 부딪치자, '노키즈존' 대신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부모 출입 금지'를 뜻하는 '나쁜 부모 출입 금지'라는 간접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노키즈존 현상은 여러 범주의 인구에 낙인을 찍는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부"라고 짚은 뒤, "이런 입장 제한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고령층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현상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세대 간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