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 야경. <게티이미지뱅크>
여러분은 한국의 주요 교역국을 생각하면 어떤 나라가 떠오르시나요.
일단 미국과 중국의 이름을 빼놓지는 않으실 겁니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두 나라입니다. 근데 그 다음이 애매합니다. 한국 바로 옆에있는 일본일까, 아니면 중국을 제치고 새롭게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인도일까. 그도 아니면 유럽의 선진국 중 하나일까.
오래전부터 통계를 접해오신 분이 아니라면 이 나라 이름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정답은 바로 베트남입니다.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 규모에서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만 반짝해서 3위자리에 올라간게 아닙니다. 베트남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의 ‘3대 교역국’ 자리에 올랐습니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 통계 시스템 ‘K-stat’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베트남에 수출한 금액은 534억9000만달러, 수입은 259억4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무역수지 흑자는 275억5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전년보다 12.3% 감소했고, 수입은 2.9% 줄었지만 ‘교역 규모 794억3000만달러’라는 수치는 한국 3대 교역국 자리를 유지하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이 액수는 절대 규모로도 꽤 큰 수준인데 1위 중국(2676억6000만달러)의 30% 수준, 2위 미국(1869억6000만달러)의 42%에 달합니다. 지난해 한국 교역 규모 4위에 오른 일본과의 교역 규모는 766억8000만달러 수준입니다.
한국과 베트남간 경제 교류가 이렇게 활발한 것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일단 베트남은 한국산 반도체를 상당히 많이 가져갑니다. 지난해 한국이 베트남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달했습니다. 이외에도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123억5000만달러), 석유제품(33억3000만달러), 무선통신기기(21억7000만달러), 합성수지(20억달러) 등 품목이 상위에 올랐습니다.
항목을 유심히 보시면 베트남과 한국이 어떤 구조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나가는 제품이 거의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중간재이기 때문입니다. 즉, 한국이 글로벌 수출을 위해 베트남에 공장을 지은 뒤 여기에 들어가는 중간재를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실어 나르면 이게 한국 입장에서는 수출로 잡힙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베트남은 완성품을 자국 영토안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도로 가져옵니다. 이런식으로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 공생 구도를 형성하며 오랫동안 상부상조 해왔습니다.
사실 베트남은 지난 2015년에도 한국의 3대 교역국 자리에 오른바 있는데, 이같은 통계는 한국과 베트남의 특이한 경제 공생이 오랜 역사동안 유지되어 왔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비즈니스만 봐도 이같은 구조가 잘 읽힙니다. 삼성전자가 전세계에 수출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은 베트남에서 생생됩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현지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죠.
정리하자면 한국과 베트남은 이미 뗄레야 뗄 수 없는 경제공동체로 묶인 것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앞으로 베트남도 인건비가 오르고 단순 노동비용만 따지면 캄보디아나 미얀마, 라오스에 공장을 짓는게 더 싸게 먹히는 세상이 곧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중간재가 베트남으로 건너가고, 거기서 만든 완제품이 다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로 흘러가는 이 독특한 시스템을 베트남 외에 다른 나라에 통째로 이식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닐 겁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누구보다 먼저 베트남을 점찍고 집중적인 투자를 했고, 그 결과 베트남은 일본이 꽉잡고 있는 동남아 경제판에서 유일하게 한국으로 팔이 굽어있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일례로 태국 등 여타 동남아 국가에서 일본차 판매 비중은 현대기아차가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베트남에서 만큼은 현대기아차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곤 합니다.
하노이 구시가지를 달리는 오토바이 부대.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기지이자 테스트베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 진출에 따라 베트남에 건실하게 자리잡은 한국계 금융사는 인접 동남아 국가로 보폭을 넓히는 시도를 비교적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과 라오스가 다르고,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다르지만 베트남 개척 당시 쌓아왔던 동남아 시장 인사이트는 인접 국가에서도 십분 발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베트남은 한국입장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거점 국가입니다. 이번 한국 교역 통계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베트남 활용론에 대한 실리적인 접근법이 다시한번 각광받기를 바래봅니다.
[신짜오 베트남 -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