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광범위한 면적을 태우며 계속 번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80대 여성 이어 두 번째 사망자
가축 수천마리 죽고 건물 500채 소실
오클라호마까지 확산
미국 텍사스 서북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며 인명·재산 피해를 키우고 있다. 화재 사망자가 2명째 확인됐고, 수천 마리의 가축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백 채의 건물이 파손됐다.
텍사스 산림청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팬핸들 지역에서 발생한 ‘스모크하우스 크리크’ 산불이 태운 면적이 이날 오후 2시 기준 107만8086에이커(4363㎢)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전날 오전까지 서울 면적(약 605㎢)의 7배가 넘는 107만5000 에이커(4350㎢)를 태운 뒤 확산 속도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진압률은 15%에 그친 상황이다.
불길은 동쪽으로 번져 텍사스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오클라호마까지 확산됐다. 오클라호마에서도 3만1500에이커(127㎢)를 태웠다.
전날 눈과 비가 소량 내리면서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날은 다시 구름이 걷히고 건조한 날씨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현재 이 지역의 최고 기온은 섭씨 20도가 넘는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애머릴로 지방 기상청(NWS)은 "화재 위험이 큰 기후 조건이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디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야외 활동은 전적으로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텍사스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화재로 기록된 이번 산불은 연일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전날 80대 여성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두 번째 사망자가 확인됐다. 텍사스 고속도로 순찰대는 한 여성 트럭운전사가 산불이 진행 중인 헴필 카운티 도로를 주행하다 차에서 빠져나온 뒤 화상을 입고 쓰러졌으며, 이후 행인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고 밝혔다. 미 CNN 방송은 이 사망자가 44세 여성 신디 오언으로, 트럭 안에서 화재 연기로 숨을 쉴 수 없게 되자 차 밖으로 나왔다가 치명적인 화상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그의 유족은 오언이 재난을 당했을 때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면서 상황을 전했고, 가족들이 그를 도와줄 사람을 찾으려 했지만, 순식간에 화염이 그를 덮쳤다고 말했다. CNN 등 현지 언론은 이 지역에 있던 여러 목장이 화재로 파괴됐으며, 목장에서 키우던 수천 마리의 소가 죽었다고 전했다.
120년 역사를 지닌 ‘터키 트랙 목장’ 측은 8만 에이커(324㎢)에 달하는 목장 부지의 80%가 불탔다고 전하면서 "가축과 농작물은 물론, 목장 울타리와 기반 시설, 이 지역 전역의 다른 목장과 주택이 손실된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텍사스 농무부 국장 시드 밀러는 "이번 화재는 지역의 농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텍사스주 전체 소의 85% 이상이 팬핸들에 있는 목장들에서 사육돼 왔다"고 말했다.
산불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쓰러진 전신주가 불꽃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 엑셀에너지(Xcel Energy)는 규제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번 화재의 발화 가능성이 있는 지점 근처에 쓰러진 전신주를 증거로 보존해 달라는 당국의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스모크하우스 크리크’를 포함해 팬핸들 지역에서 발생해 진행 중인 화재는 모두 5건으로, 나머지 산불의 진압률은 60%를 넘긴 상태다. 이날 팬핸들의 재난 지역을 방문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초기 평가에 따르면 약 400∼500채의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며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임시 주거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 정부에 재난 선포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주휴스턴총영사관에 따르면 텍사스 산불과 관련해 한인 피해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