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선균이 떠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그가 남긴 작품의 여운은 여전하다.
7일 오후 ‘제22회 디렉터스컷 어워즈’가 열린 가운데 영화 ‘잠’의 유재선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해외 체류 중인 그는 영상을 통해 “평소 존경했던 선배 감독들이 영화를 좋아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특히 유재선 감독은 “특별히 배우 이선균에게 감사하다”며 “이선균이 주었던 조언과 쏟아준 애정 덕분에 더 나은 영화가 나올 수 있었고, 더 좋은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덧붙여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잠’은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인해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선균과 정유미의 연기 앙상블이 일품이었다.
국내 개봉 후 관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 147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해외 영화제에서도 이 작품을 주목했는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부문에 초청돼 호평 받았으며, 지난 1월에는 프랑스 제라르메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따냈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을 만끽할 주연배우는 하늘로 떠나고 없다.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가 12월 27일 서울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조사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던 만큼 간이 시약검사 및 마약정밀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선균이 생전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서울 강남 소재의 유흥업소 실장 B씨와 그의 지인이었던 A씨에게 협박 받아 3억 5000만 원을 건넨 것. 과거 A씨와 B씨가 절친한 관계였으나 사이가 틀어지며 A씨가 B씨의 마약 혐의를 경찰에 최초로 제보했고, 이를 토대로 이선균의 협박 피해 고소가 마약 스캔들로 비화됐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기 전 이선균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그를 애정했던 한국영화감독조합 측은 “우리는 그를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 삶을 던져 카메라 앞에 물질화되어 작품으로 영원히 남겨지는 배우의 숙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비통하다. 이제 와 부끄럽지만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도 반드시 힘을 보태겠다. 고민하겠다”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잠’ 개봉 당시 유재선 감독은 “1순위로 캐스팅을 성공한 배우들이라, 너무 좋았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거기에 더해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부차적인 목표를 이뤄주실 만큼 두 배우는 저를 감독으로서 완전히 존중해 주셨다”며 이선균과 정유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던 바다.
그도 그럴 것이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은 ‘잠’으로 데뷔와 동시에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다. 탄탄한 주연배우 이선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러나 이 영광을 나눌 이선균은 작품만 남기고 떠났다. 그가 하늘의 별이 된 후에도 무심히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배우 이선균'의 연기와 작품은 이번에 추가된 트로피처럼 더욱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