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공격으로 첫 민간인 사망…미국 선박으로 오인해 공격한 듯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목으로 가자지구 전쟁 뒤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하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 미사일에 처음으로 민간인이 사망했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가자지구에서 굶주림으로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스라엘 검역과 구호품을 향해 몰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발포로 구호품 배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6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께 예멘 후티 반군 통제 지역에서 발사된 대함 탄도미사일이 라이베리아 소유의 바베이도스 선적 화물선 트루컨피던스호를 타격해 선원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최소 4명의 선원이 부상을 입었고 그 중 세 명은 중태다. 선박도 심한 손상을 입었다.

선박 운영사 쪽에 따르면 트루컨피던스호엔 필리핀인 15명, 베트남인 4명, 인도인 1명으로 구성된 승무원 20명이 타고 있었고 스리랑카인 2명과 네팔인 1명으로 구성된 보안 요원도 승선 중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승선자 중 누가 사망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으로 밝힌 후티 반군 쪽은 트루컨피던스호를 "미국 선박"이라고 칭했지만 선박 운영사 쪽은 해당 선박은 라이베리아에 적을 둔 회사 소유의 그리스 기업이 운영하는 화물선으로 현재 어떤 미국 기업과도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신문은 해당 선박이 최근까지 미국 사모펀드 소유였고, 이 문제를 잘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소유권이 바뀌었는데 후티 쪽이 최신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공격을 감행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후티 반군 공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티 반군은 미군 주도의 거듭된 경고와 폭격에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인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홍해상 민간 선박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2일엔 영국 소유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후티 미사일에 공격 당한 뒤 약 2주 만에 홍해에서 침몰했다. 지난달 18일 대함 탄도미사일에 맞은 이 배는 서서히 침수되다 결국 2만 1000톤에 달하는 비료를 싣고 침몰해 환경 오염 위협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지난달 해당 선박 침몰 과정에서 기름이 유출되며 수면에 29km에 달하는 기름띠가 형성돼 미 중부사령부에 의해 "환경 재앙"이 경고돼 왔다.

영국 BBC 방송은 후티 공격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보복을 강화하고 예멘 내부 타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겠지만 이 경우 이미 인도주의적 상황 악화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중동에 확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에서 구호 트럭에 몰려든 굶주린 주민 1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가자지구의 인도적 재앙은 현실이 됐다. 미 CNN 방송은 6일 아슈라프 알쿠드라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이 가자지구에서 최소 2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굶어 죽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카말 아드완 병원장 후삼 아부 사피야는 태어난 지 하루 밖에 안 된 아기가 기아로 인해 숨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방송은 가자지구 북부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구호 기관이 상황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어 실제 아사자 수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봤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폭격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기아에선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며 가자지구에 더 많은 구호 지원과 휴전을 촉구했다.

구호 물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검역과 내부 질서 붕괴로 물자 전달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PF)은 5일 가자지구 북부로 향하던 구호 트럭 14대가 이스라엘군 검문소에서 3시간을 기다린 뒤 결국 이스라엘군에 의해 되돌려보내져 북부 진입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후 되돌아가던 트럭은 "절박한 대규모 군중"에 의해 200톤 분량의 식량을 약탈당했다.

이날 수송은 지난달 20일 WFP가 가자지구 북부 수송을 중단한 뒤 첫 수송 시도였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달 26일~이달 3일 사이 가자지구에 배포된 식량의 2%만 가자지구 북부에 공급됐다.

인도주의 기관들은 이스라엘군이 현지 경찰을 공격해 내부 질서 붕괴에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 6일 OCHA는 지난달 구호 전달이 방해 받은 주된 이유로 "이스라엘의 잇따른 공격으로 현지 경찰의 존재감이 줄어든 것"을 꼽았다. 이어 "경찰을 전투원으로 간주하는 이스라엘군의 입장이 법과 질서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구호 트럭에 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에 직접 공격을 가하며 구호 단체가 지원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매튜 홀링워스 WFP 팔레스타인 국장은 지난달 20일 WFP의 가자지구 북부 수송 중단 이유가 이스라엘군이 구호 트럭에 접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총격을 가했기 때문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설명했다.

OCHA도 유엔이 지난달 18~19일 가자지구 북부로 식량 수송을 시도했지만 법과 질서 부족 및 접근하는 군중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적 태도로 인해 수송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5일 유엔 전문가들도 보도자료를 내 지난달 112명의 목숨을 앗아 간 구호 트럭 참사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촉발됐다며 가자지구에서 "밀가루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10월 8일부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의도적으로 굶겨 왔다. 이제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구하는 민간인들과 수송대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에 의한 이러한 공격이 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14건 이상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구호 물자의 육로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지난 주말부터 두 차례 항공기를 통해 공중에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투하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WFP는 공중 투하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이를 통해 "기아를 방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가자지구 북부로의 진입 지점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항공기 한 대가 수송하는 구호품 규모는 트럭 한 대가 수송하는 규모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6일(현지시간) 홍해에서 화물선 트루컨피던스호가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선원 3명이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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