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비선호’ 응답이 절반 이상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재대결”
“정치 시스템 문제” 지적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매직 넘버, 민주당 1968명 이상·공화당 1215명 이상)을 확보하며 이후 경선과 상관없이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11월 5일 투표일까지 선거 운동이 8개월 넘게 이어지며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긴 본선이 시작됐다.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은 112년 만에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는 사례이자 68년 만의 리턴매치라는 이정표를 세우게 됐지만 정작 두 후보 모두 선호하지 않는 유권자가 절반을 차지하며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 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등록 유권자 중 ‘선호한다’는 응답이 53%,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5%로 나타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호’ 유권자가 53%, ‘비선호’ 유권자가 46%를 기록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역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갤럽이 미국 성인 1만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연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신의 정치 성향을 무당층으로 규정한 응답자는 전체의 43%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14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민주당 성향이라는 답변은 전체의 27%에 불과해 1988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공화당 성향이라는 응답도 전체의 27%에 그쳤다. 공화당의 경우 최저치는 2013년의 25%였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측 모두 중도층 사로잡기 전략이 시급하다는 의미”라면서도 “통상적으로 대선이 있는 해에는 무당층 비중이 감소한 만큼, 이 같은 비율 자체에는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USA투데이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달 8~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25%가 ‘선거 전 지지 후보를 변경할 수 있다’고 답해 부동층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덜 싫은가’를 따져 투표하겠다는 거부감의 표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전체 유권자 가운데 15%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두 명 모두에게 거부감을 가진 이른바 ‘더블 헤이터(Double hater)’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44%는 제3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대선 구도에 대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재대결”이라고 혹평했다.
가상 대결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이달 7일~13일 전국 등록유권자 33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바이든 39%, 트럼프 38%로 초박빙이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과 에머슨칼리지가 지난 10일~13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등록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43%)이 트럼프(47%)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민들의 호감을 얻지 못하는 두 후보가 나란히 본선에 오르자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각 정당의 대의원이 전국 전당대회에 나가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당 대선 후보는 유권자들 개인이 아니라 대의원들이 선출한다. 이후 본선 투표도 선거인단이 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대의원을 선출하는 경선은 당내의 치열한 정치적 경쟁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번 경선 과정은 역대 가장 ‘싱거운’ 경선으로 평가된다. 두 명의 대통령 경험자가 있었고, 경선은 두 사람에 집중되면서 양당 모두 내부의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그의 힘이 경선의 균형을 깨뜨렸다”면서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고, 민주당은 그에 대항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으로 결집했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결을 펼치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은 8개월 동안 역대 최강의 비방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확정 직후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유권자들은 이제 민주주의를 수호하거나 다른 이들이 무너뜨리게 할지 우리의 자유를 극단주의자들이 빼앗게 내버려둘지에 대해 선택권을 갖게 됐다”고 트럼프를 직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 “축하할 시간이 없다”면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인 바이든을 꺾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앞으로 8개월간 이어지는 재대결은 미국의 정치·문화적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