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00그릇으로 시작… 고액 기부 이름 올린 배우

by 민들레 posted Mar 21, 202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6년째 기아대책 홍보대사 정태우
 

3월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본사에서 기아대책에서 가장 오랫동안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배우 정태우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최근 고액기부자 모임인 '필란트로피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 장련성 기자


국제 구호 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최장수 홍보대사인 배우 정태우(42)씨가 20일 고액 기부자 모임인 ‘필란트로피 클럽’ 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정씨는 1999년부터 26년째 기아대책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 5년간 기아대책에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10년 전부터 고액 기부자 모임 사회를 맡았는데, 처음엔 이분들이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선한 영향력’이 결국 저한테까지 미친 것 같아요.”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본사에서 정씨를 만났다. 정씨는 “재력이 있는 사람들만 고액 후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나니 사랑을 못 받고 자라는 어려운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졌고, 고액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부를 계기로 시간과 재원, 재능 등 지원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해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설 것”이라며 “가정 밖 청소년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이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씨가 기부·봉사를 시작한 건 지난 1999년부터다. 기아대책 홍보대사였던 선배 배우 임동진(81)씨가 고등학생이던 그에게 홍보대사를 권했다고 한다. 임씨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직업이 배우인데, 사랑을 받는 만큼 세상에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며 “굶주린 아이들을 세상에 알리는 게 얼마나 뜻깊은 일이냐”고 했다고 한다. 정씨는 이후 홍보대사를 맡아 캄보디아, 탄자니아, 모잠비크, 필리핀 등에 수차례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고 한다.
 

정태우(왼쪽), 큰아들 하준 군. /정태우 SNS


2016년엔 당시 7세였던 첫째 아들 하준군과 서아프리카 토고에 봉사 활동을 갔다. 정씨 부자는 현지에서 하준군 또래의 ‘구로다’라는 아이를 만났는데, 오염된 물을 마시면서 양쪽 눈 시력을 거의 잃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정씨는 “봉사를 마치고 떠나려는 아들이 ‘너랑 나는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져 있는 거야’라고 구로다에게 말하는 걸 듣고 어려운 아이들을 더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그 후로는 조손 가정과 한부모 가정, 가정 밖 청소년 같은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저출생 문제를 겪는 것은 아이들부터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랑받지 못하고 소외된 아이들이 생겨난 것은 부모와 어른들의 잘못이기 때문에 소외된 아이들이 없도록 어른부터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보육원·양로원 봉사도 자주 해왔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서울 성동구의 한 보육원을 찾아 배식 봉사를 했다. 양로원에서는 그가 맡아온 배역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정씨는 “사극에서 왕 역할을 자주 맡다 보니 배식 봉사를 나가서 국밥을 따라 드리면 어르신들이 ‘임금이 납셨다’ ‘손자뻘인데 임금으로 많이 나온 친구네’라며 무척 좋아해 주신다”며 “같은 봉사 활동으로 더 진심으로 기분을 좋게 해 드릴 수 있는 곳을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에 양로원도 자주 방문했다”고 했다. 2021년부터는 곰탕을 보육원과 양로원에 기부했다. 정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간편식 브랜드 곰탕이었다. 100그릇으로 시작된 기부를 늘려 지금은 매월 300그릇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방영된 KBS 드라마 '왕과 비'에서 단종(端宗) 역할을 맡았던 배우 정태우씨의 모습. /KBS


정씨는 올해 온 가족이 해외 봉사를 가는 게 목표라고 한다. 아이들이 나누는 습관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그는 “아내가 6개월 전까지는 승무원으로 일하느라 가족들이 다 같이 해외 봉사에 갈 수가 없었다”며 “이젠 아내도 퇴직했고, 아빠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아이들에게도 나눔의 정신이 몸에 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987년 아역 배우로 데뷔한 정씨는 드라마 ‘용의 눈물’ ‘태조 왕건’ ‘왕과 비’ ‘논스톱 3′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