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 잠수함 실전 배치

by 민들레 posted Mar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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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배터리 잠수함보다 더 오래 항해… 유사시 대만 인근 해역 작전

잠수함은 추진체계에 따라 원자력 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으로 구분된다.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엔진과 배터리를 사용해 움직인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등 6개국만 원자력 잠수함을 운용 중이고,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은 재래식 잠수함을 사용하고 있다.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돌려 납으로 만든 배터리를 충전한 후 배터리 전력으로 추진 모터를 가동해 운항한다. 납 배터리는 수명이 짧고 충전 과정에서 수소 가스가 발생해 발열·폭발 위험도 있다.
 

매년 1척씩 구형 잠수함 교체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재래식 잠수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동일한 부피의 납 배터리보다 용량이 크고 충전 시간도 짧을뿐더러, 충전 과정에서 가스도 발생하지 않는다. 덕분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잠수함은 더 오랫동안 항해할 수 있다. 일본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잠수함을 운용하는 유일한 국가다.

일본이 중국의 해군력 강화 및 대만 침공 야욕에 맞서 재래식 잠수함을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3월 8일 미쓰비시중공업 고베조선소에서 최신형 잠수함인 다이게이(大鯨·큰 고래)급 3번함 진게이(迅鯨)함의 진수식을 갖고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을 모항으로 하는 제2잠수함전단 제4잠수함대에 배속했다. 진게이는 빠르게 헤엄치는 고래를 의미한다. 일본은 2029년까지 매년 1척씩 기존 구형 잠수함을 최신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잠수함은 2010년 16척에서 2022년 22척으로 늘어나 지금까지 이 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실전 배치된 진게이함은 선체 구조를 개량해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강화됐다. 선체가 원자력 잠수함보다 작아 탐지가 쉽지 않은 것이다. 길이 84.5m, 너비 9.1m, 흘수 10.4m로 기존 소류급 잠수함보다 조금 크다. 기준 배수량은 3000t으로 소류급(2950t)보다 50t가량 무겁다. 수중 배수량도 소류급(4200t)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잠수함에는 승조원 70명이 타는데, 최대 6명의 여성 승조원을 수용하기 위한 공간이 있다. 건조비는 척당 700억 엔(약 6200억 원)이다.

저진동·저소음이 강점인 기존 소류급 잠수함은 세계 최고 성능으로 알려졌는데, 다이게이급은 이보다 성능이 향상됐다. 다이게이급 잠수함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운용되는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크다. 게다가 수중 작전 중 리튬이온 배터리로 동력을 전환하면 사실상 소리가 나지 않아 적 잠수함이 탐지하기도 어렵다. 잠수함의 특징인 은밀성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1회 충전으로 가능한 임무 수행 시간이 기존 대비 3배로 늘었고, 최고속력에서 10배 이상 출력도 낼 수 있다. 수중 속력은 최대 20노트(약 37㎞/h)다.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엔진이 잠수함 내부 공기를 소비하기 때문에 공기 공급을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으로 부상하거나 수면 가까이에 스노클을 노출해야만 한다. 다이게이급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갖춰 오랜 기간 잠항할 수 있다. AIP는 수면 위 공기를 사용하는 스노클의 기동 없이 물속에서 자체적으로 추진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주목할 점은 다이게이급 잠수함이 막강한 공격력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533㎜ 어뢰발사관 6기를 갖췄고, 89형 어뢰의 개량형인 18형 중어뢰와 UGM-8 하푼 블록II 잠대함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18형 중어뢰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탐지 능력과 정보처리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UGM-84L 하푼 블록II의 사거리는 248㎞로 이른바 ‘반격 능력’을 갖춘 무기로 꼽힌다. 반격 능력은 일본 정부가 적 기지와 사령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반격 능력 갖춘 日 잠수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다이게이급 3번함 진게이함(맨 앞)이 3월 8일 첫 항해에 나서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제공]

 

일본 정부는 2022년 12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고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한 바 있다. 개정된 안보 문서는 △외교·안보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 방향을 담은 ‘국가방위전략’ △구체적인 방위 장비 조달 방침 등을 정리한 ‘방위력정비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이게이급 잠수함은 유사시 적 기지 인근 해역까지 은밀하게 접근해 미사일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2022년부터 다이게이급 1번함을 비롯해 2번함인 하쿠게이(白鯨·하얀 고래)함과 3번함인 진게이함을 건조해 실전 배치했다. 4번함인 라이게이(雷鯨·천둥 고래)함은 내년 3월 취역할 계획이다. 1번함은 훈련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소류급 잠수함 12척 중 최신형인 11번함과 12번함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2029년이면 리튬이온 배터리로 운용되는 잠수함을 훈련용을 포함해 10척 보유하게 된다.

일본 자위대는 미군과의 연합훈련을 크게 늘렸고, 양국 잠수함 부대도 합동훈련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 부대와 함께 공동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미국은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자위대가 지난해 참가한 다자간 연합훈련은 56회로, 17년 전인 2006년과 비교해 18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다자간 연합훈련의 내용을 보면 전쟁 등을 가정해 고도의 군사협력이 필요한 ‘전술·전투 훈련’ 비중이 64%에 달했고, 훈련의 절반 이상이 바다에서 실시됐다. 특히 일본이 지난해 실시한 양자 간 훈련 가운데 미국과의 훈련이 50회로 가장 많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군사력을 확대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자위대의 다자 및 양자 간 훈련이 늘어난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협력해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냉전 시절 옛 소련 군함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해군력을 상당히 활용했다. 미군 요청에 따라 일본 해상자위대가 소야해협·쓰가루해협·대한해협 등 3개 해협을 잠수함과 전함 등을 동원해 봉쇄하는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는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 인근 해역과 남중국해, 동중국해, 서해·동해 등에서 작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야노 가즈오 전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부대 사령관은 “미국은 핵잠수함을 이용해 적에 치명타를 가하고, 일본은 리튬이온 배터리 잠수함으로 대만 인근 해역과 남·동중국해를 지키는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日 잠수함 평균 수령 7.5년

 

일본 해상자위대는 잠수함을 해군력 강화를 위한 비장의 무기로 보고 있다. 사진은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잠수함들. [일본 해상자위대 제공]

 

일본 해상자위대는 잠수함을 22척 체제로 운용하지만, 매년 1척씩 발생하는 퇴역 잠수함을 폐기하지 않고 훈련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실전에 투입 가능한 잠수함은 28~30척이라고 볼 수 있다. 미쓰비시조선소와 가와사키조선소에서 매년 교대로 1척씩 잠수함을 건조해 일본 잠수함의 평균 수령도 7.5년밖에 안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신형인 잠수함 전단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잠수함은 수심 500m 해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용접 기술이 뛰어나지 않으면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없는데, 일본은 세계 정상급 레이저 용접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반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거리미사일을 장착한 수직발사관(VLS)을 갖추고, 더 나아가 동력 공급 능력이 다이게이급보다 큰 차세대 잠수함도 건조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28회계연도 예산에서 차세대 잠수함 건조 비용을 확보하기로 하는 등 잠수함을 해군력을 강화하는 비장의 무기로 여겨왔다. 특히 일본은 중국 해군력에 맞설 가장 적합한 전력으로 잠수함을 꼽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하고자 해상수송부대를 신설할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자위대가 내년 3월 난세이제도 등에 해상으로 부대나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전담 부대를 창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난세이제도는 일본 규슈 남단 가고시마에서부터 대만 동쪽까지 1200㎞ 해상에 있는, 활처럼 호를 그리며 늘어선 2500여 개 섬을 말한다. 일본 자위대는 이미 난세이제도 일부 섬에 미사일과 레이더 기지 등을 신설하고 병력 배치를 하고 있다. 해상수송부대는 히로시마현 구레시에 있는 해상자위대 기지를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대원은 대부분 육상자위대 소속으로, 이들은 2019년 3월부터 선박을 조종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2027년까지 해상수송부대 선박 수를 10척으로 늘리고 대원도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