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백혈병 투병…최성원 "다시 기적 만나"(인터뷰)

by 민들레 posted Mar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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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성원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최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백연여고 2학년 5반 담임 교사 임주형 역을 맡은 최성원은 거의 10년만에 하는 인터뷰라며 새로운 기분으로 이날의 아침을 맞았다고 했다.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 연기 생활을 하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1988'. 주인공 덕선(혜리 분)의 남동생 노을이었다. 선한 이미지로 사랑받으며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던 때 그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멈춰섰다. 2020년 다시 병상에 누울 때 "정말 연기를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그를 좌절하게 했지만, 그는 다시 연기로 향했다. '기적' 같은 작품을 만나 오늘도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연기는 저에게 동반자예요, 중간중간 흔들리고 불안한 적도 있고, 두 번의 투병생활도 있었죠. 그럼에도 지금 저는 늘 연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 생명이 허락되는 한 나는 계속 연기를 하겠구나 제 방향이 더 뚜렷해졌어요."

다시 만난 기적같은 기회를 시작으로 또 한 번의 화양연화를 꿈꾸는 최성원과의 대화다.

배우 최성원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만났다.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라고.

▶나도 오면서 인터뷰라는 것이 있었지? 싶더라. '응팔' 이후로 처음이니까. (웃음) 처음 아팠을 때가 서른한살 즈음이었고 두 번째 투병도 있었다. 재발했을 때는 일상을 많이 잃은 느낌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힘드니까 연기를 다시 못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2021년쯤이다. 모든 게 단절된 채였다. 대인관계나 일에서 움츠러들게 되고 힘들더라. 그때 아는 동생의 소개로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됐다. 먹고 살아야지 싶어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 잘 따라주는 학생들을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성취감도 얻었다. 그러다 '지금부터 쇼타임'으로 복귀했는데 내 몸컨디션을 몰랐던 거다.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회복하면서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만난 작품이 지난해 '극야' 그리고 '피라미드 게임'이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아주 좋아졌다. 아프기 전의 100%인 몸일 수는 없지만 이제 연기 못한다고 생각했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많이 건강해졌다.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것 같다.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체력이 나빠진 상실감보다 현재의 상태에 더 적응하려고 한다. (웃음)

- 어떻게 출연을 결심했나.

▶그땐 뭐든 하고 싶을 때였는데 '피라미드 게임' 주형은 어떤 배우가 봐도 탐을 낼 인물이었다. 대본을 보는데 저는 '응팔' 노을이 이미지도 있는데 왜 내게 이런 역할을 주셨을까 궁금하더라. 너무 기쁘고 신난 상태인데 대본도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작가님이 정말 공들여 쓴 작품이었다. 이건 안 하면 바보다 생각으로 출연했다.

-'응팔 노을이' 수식어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그렇게 알아보시는 분이 많이 없다. 그래서 더 반갑다. 기억해 주시고 있구나 싶다. 작품을 다시 보면 예전에는 조금 민망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저 때 젊었다' 하면서 본다. (웃음) 응팔은 내가 봐도 너무 재미있었다. 1부 대본이 아직 기억난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다.

- 캐릭터 변신을 했다.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하는 게 아니라 사욕만 챙기는 교사를 맡았다.

▶너무 신나서 준비했던 기억이다. 대중이 사랑한 악역을 연기한 선배들의 인터뷰를 찾아봤다. 김희원, 김성오, 엄태구, 남궁민 선배들의 인터뷰를 봤는데 '보편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주형도 매일 애들 괴롭힐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가운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감독님의 한마디다. 2회 수지와의 상담 신이 저의 첫 촬영이었다. 제가 악하게 연기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주형도 수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요?' 하시더라. 주형은 정말 수지도 돕고, 내 돈도 챙기고 그런 마음인 거다. 그 말을 들으니까, 퍼즐이 맞듯이 풀리더라. 그런 악인이다.

-내가 생각해도 '쓰레기 같다' 싶은 신이 있었나.

▶제가 맡아서 그런지 그런 생각까지는 안 들기도 하고, 일단 다른 애들이 너무 약하니까. (웃음) 주형이 그래도 교사 능력은 있는 줄 알았는데 채용 기준도 미달인 것은 몰랐다. (웃음)

배우 최성원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캐릭터 변신을 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봤을 것 같다.

▶게슴츠레한 눈이 불만이자 핸디캡이라고 생각했다. '응팔 '노을이처럼 어울리는 역할도 있지만. 그런데, 이번에 주형을 연기할 때는 이 눈이 도움이 되더라. 동창 친구에게 연락받았다. 김창완 선생님이 연기하는 악역처럼 보일 때가 있다고. 그 말이 너무 깊게 남았다. 5회에서 윤나희(안소요 분)가 나갈 때 비웃는 신이 있다. 평소대로면 비웃음을 연기했을 텐데 그때는 더 힘을 빼고 했다. 새로운 얼굴을 본 장면으로 기억난다.

-현재 최성원의 원동력은.

▶하루하루 보내는 일상이 내 원동력이다. 그 안에서 조금씩 건강해지고 못 하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루틴을 찾는다. 그 루틴을 지키고 있다. 요즘은 뭔가 읽고 뭔가를 쓰고 있다. 여름쯤에는 단편 영화를 찍고 싶어서 준비 중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