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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출신 뱅크먼-프리드, 순식간에 무너져
코인 투자 성공, 부 축적에 ‘김치 프리미엄’ 한 몫


 

지난해 2월 재판에 출석한 샘 뱅크먼-프리드. [사진출처 = 연합뉴스]

 

바하마 섬의 3500만달러(약 473억원)짜리 펜트하우스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던 30세 억만장자가 불과 2년 뒤 차가운 교도소 감방으로 가게 됐다.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설립해 승승장구하다 순식간에 파산을 맞고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샘 뱅크먼-프리드(32)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루이스 A. 카플란 판사는 28일(현지시간)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징역 25년 형을 선고했다. 또 110억2000만달러(약 14조8770억원)의 재산 몰수도 명령했다.

그는 많은 것을 갖고 태어난 금수저 출신이다. 부모가 모두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로, 대학 캠퍼스 내에 자리한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이공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2013년부터 4년간 월가의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로 일했다.

2017년 그는 비트코인 시세를 살펴보던 중 각 나라의 거래소마다 가격이 같지 않고 때로는 60%나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즉시 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에 뛰어들어 수익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2022년 9월 CNBC 인터뷰에서 “그것은 가장 아래에 매달린 과일(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이익이란 뜻)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거래소에서 교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아 ‘김치 프리미엄’이란 용어까지 만들어진 한국 시장에서는 차익거래로 수익을 낼 기회가 더 컸다. 이후 그는 자신의 첫 사무실이 있던 캘리포니아 카운티의 이름을 딴 투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를 설립했고, 비트코인 거래로 하루에 100만달러(약 13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CNBC에 말했다.

그리고 알라메다리서치의 성공을 기반으로 그는 2019년 4월 바하마에 본사를 둔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만들었다.

FTX는 대대적인 홍보에 탄탄한 기술과 뛰어난 사용자환경(UI)까지 더해 경쟁업체들을 제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FTX는 불과 3년여 만에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부상했고, 기업 가치는 한때 320억달러(약 43조2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추락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2022년 가상화폐 시장의 ‘겨울’로 불리는 시기가 찾아왔고, 테라·루나 사태의 여파로 가상화폐 가격이 줄줄이 폭락하면서 업계의 주요 대출업체들이 파산하는 도미노 붕괴가 이어졌다. 코인 투자자들은 FTX에 예치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알라메다리서치와 FTX 모두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뱅크먼-프리드가 FTX의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는 용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하게 된 자금 부족액은 80억달러 규모로 불어났다.

이후 FTX가 파산 신청을 하고, 뱅크먼-프리드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FTX의 기술 담당 임원 니샤드 싱은 “회사가 무너지기 2개월 전에야 고객 예치금에 무려 8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사라진 돈 대부분은 뱅크먼-프리드의 사치스러운 지출에 쓰였다”고 증언했다.

2022년 바하마 규제 당국이 미 델러웨어주 파산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FTX가 바하마에서 사들인 부동산은 35곳으로, 전체 규모는 2억5630만달러(약 3463억원)에 달했다.

뉴욕 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1월 뱅크먼-프리드에 제기된 사기 등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평결했다. 이날 그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카플란 판사는 형을 내리기에 앞서 “그의 목표는 권력과 영향력이었다”며 “이 나라에서 정치적으로 아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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