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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만을 강타한 지진으로 다칭수이터널은 20m 길이의 다리가 끊어졌다. 다리 복구에는 3~4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X(엑스)


대만 동부에서 3일 오전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으로 현재까지 아홉 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지진의 진앙으로부터 25km 떨어진 대만 동부 해안 지역인 화롄(花蓮)현은 다리가 끊기면서 고립된 섬이 됐다. 건물 100여 채가 붕괴했고, 사고 직후 최소 143여 명이 무너진 건물 아래 갇히는 등 고립돼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4일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中央災害應變中心)는 전날 오후 10시 기준 대만 전역에서 사망자 9명, 부상자 1011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화롄현의 타이루거국가공원(4명), 쑤화고속도로(1명), 다칭수이터널(2명), 광산(1명), 시내 건물(1명) 등에서 발생했다. 중앙재해대응센터는 현재까지 여진이 200여회 발생했고, 앞으로 2∼3일 동안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래픽=김성규

라이칭더(오른쪽에서 세번째) 대만 총통 당선인이 3일 강진 피해가 발생한 화롄시를 방문해 기울어진 건물 앞에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번 지진에서 화롄현에 피해가 집중됐다. 대만 교통 당국에 따르면 화롄 일부 지역으로 통하는 철로와 고속도로, 다리의 운행이 중단됐다. 쑤화고속도로 158km 지점의 다칭수이터널은 20m 길이의 다리가 끊어졌다. 다리 복구에는 3~4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연합보는 “화롄현의 교통망이 끊겨 고립된 섬이 됐다”고 전했다.

화롄에서는 여교사가 키우던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기울어진 건물에 들어갔다가 사망했다. 화롄 둥다먼 야시장 인근의 9층 건물 ‘톈왕싱다루’에 살던 32세 여교사 캉씨는 소방관에게 구조된 이후 자신의 고양이를 찾으러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여진으로 무너진 기둥에 깔렸다. 이 건물의 기울어진 각도는 40도에 달했다. 소방관은 이 건물 3~9층에 거주하던 20여명을 사다리차를 이용해 구조했다. 화롄의 또 다른 기울어진 건물인 시내의 5층 아파트는 1층이 아침 식사 전문점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10여명의 손님이 진동을 느끼고 즉각 대피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3일 지진이 발생한 대만 화롄현에서 자신의 반려 고양이를 구하러 기울어진 건물(오른쪽)에 들어가는 여교사(왼쪽)의 모습. 여교사는 결국 여진으로 인해 건물 안에서 사망했다./CTWANT 캡처


화롄에 위치한 타이루거국가공원의 산 속에도 1000명 이상이 고립된 것으로 추산된다. 지진 당시 공원 안에서 숙박한 직원·여행객이 654명이고, 입산한 사람도 400명 이상이다. 허런·허핑 등 화롄 인근의 광산 지역에는 87명이 고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가 직원 대피령을 내리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TSMC는 3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극자외선(EUV) 장비를 포함한 중요 설비는 (지진으로 인한) 손상을 받지 않았다”며 “일부 시설에서 경미한 피해가 확인됐고 완전한 복구를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고급 빌딩 지붕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물./야후 대만 캡처

 

지난 3일(현지시각) 대만에서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당시 타이페이의 한 호텔 옥상 수영장에서 촬영된 영상./페이스북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즈는 지진 발생 후 10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TSMC 장비·시설 복구율은 70%~80% 이상이라고 전했다. TSMC는 2400명이 사망한 1999년의 대만 대지진 이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시행 중이다. 또한 TSMC 생산 설비가 밀집한 타오위안, 타이중은 지진이 발생한 대만 동부가 아닌 서부에 위치해 피해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공상시보는 “지진으로 인한 TSMC의 생산 중단 시간은 6시간 수준으로, 2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손실)은 6000만달러(약 810억원) 정도로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날 지진으로 TSMC뿐 아니라 대만 2위 파운드리업체인 UMC도 신주·타이난의 일부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다만 투자은행 바클리스는 “이번 지진으로 반도체 공급에 일부 차질은 불가피하다”면서 “첨단 반도체는 몇 주 간 진공 상태에 격리돼야 하는데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면 이 프로세스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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