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이스라엘 라파 공격 만류…이란 직접 등판 가능성
나흘간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美, 이스라엘에 최후통첩
2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4.03.27 ⓒ News1 정지윤 기자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7일 6개월을 맞는다.
'피의 보복'을 예고하며 가자지구로 진격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이제는 하마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최남단 도시 라파 진격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전쟁의 최종 장으로 보이는 라파 진입을 앞두고 이스라엘은 내적 분열과 국제적 고립, 든든한 지원국인 미국과의 불화 등 악재에 시달리며 최대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이 사건으로 WCK 관계자 4명이 숨졌다. 2024.04.02/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최종 목표' 라파 앞에서 고민하는 이스라엘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대규모 로켓 공격과 지상 기습작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스라엘은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가자지구로 진격했다.
이스라엘군은 빠르게 가자지구 주요 도시들을 점령해 나갔고 북부와 중부를 장악한 뒤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대피한 남부로도 거침없이 밀고 들어갔다.
이후 이스라엘은 최남단 도시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들이 숨어들었다고 보며 '하마스 전멸'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이곳에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그동안 가자지구에서 이미 3만3000여명이 사망하고 현재 라파에 140만명의 피란민이 몰려든 데다 지상작전까지 실행되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이를 극구 만류하고 있다.
가장 든든한 우방이었던 미국 역시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을 '레드 라인'이라 규정하며 반대의 뜻을 전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결국 미국의 기권표 행사로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부었다. 그러다 구호품을 전달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이 이스라엘군에 피격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 등에서 다시 나타난 하마스와 교전을 벌이고 있으며 인질 134명의 소재도 파악하지 못해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다.
특히 가자지구 휴전 협상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와 영구 휴전 등과 관련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입장 차로 사실상 공전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이 공습받아 건물이 무너지고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 등 11명이 숨졌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이번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2024.04.0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이란 영사관 타격에 커진 확전 위기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국경지대로 한정되던 양측 간 충돌은 레바논 깊숙한 곳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점차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또 헤즈볼라와 시리아 민병대 등 '저항의 축' 세력을 이용해 전쟁에 개입하던 이란도 최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격으로 직접 등판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전면전만큼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이번 사건이 이란의 영토에 준하는 영사관을 겨냥한 공격인 만큼 이에 준하는 대응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물류의 요충지인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하던 예멘 후티 반군도 미군의 보복성 타격에도 위축되지 않고 계속 민간 선박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3월 17일 예루살렘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31일(현지시간) 사상 최대의 반정부 시위 속에 전신 마취를 하고 탈장 수술을 받았다. 2024. 4. 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최대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이처럼 가자전쟁이 기약 없이 이어지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이스라엘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에 최대 위기에 몰렸다.
예루살렘에서는 최근 네타냐후 총리 내각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나흘이나 이어졌다.
무엇보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134명의 인질이 6개월째 집에 돌아오지 못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국내에서도 휴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더해 전시 내각에 참여한 정치적 라이벌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조기 총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등, 정치권에서도 내부 분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WCK 차량 오폭 사건을 두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태도 변화가 없을 시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도 재고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로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하던 독일 역시 국제사회의 비판과 국내 여론 악화로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네타냐후 총리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전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뚜렷한 종전 계획과 전후 수습 청사진도 없는 상황에서 가자지구의 주민들은 오늘도 죽어 나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 청사 앞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