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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 폭격 가능성 높아지자
방공망 인력도 추가로 동원
가자전쟁 장기화 비상태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전쟁 6개월만에 ‘사면초가’ 위기에 빠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는 어느덧 3만3000명이 넘었고 최근 민간 구호 물품 트럭 오폭 사고로 미국과 영국 등 주요 동맹국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 폭격 사건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되면서 곤경이 심화됐다. 그간 팔레스타인전쟁에 직접 참여는 자제해왔던 이란과도 직접 교전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즉시 해외 대사관 28곳을 폐쇄하고, 군인 휴가를 금지하는 등 초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이란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이란은 전군에 최고 수위 경계령을 내렸으며 억제력 창출을 위해 다마스쿠스 공격에 대한 직접 대응을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억제력 창출이란 적이 공격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보복으로 입게 되는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특히 이란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국가적 요구’라고 밝혔으며, 참모총장을 맡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리 준장은 “적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입혀 후회하도록 공격을 설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도 “이스라엘이 공습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로 이란이 결심했다”며 “시오니스트 정권은 그들이 끼친 피해의 결과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친이란 세력인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이같은 이란의 보복전에 대한 동참을 시사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영상연설을 통해 “헤즈볼라는 어떤 전쟁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완전히 준비돼 있고, 이란의 대응은 의심할 필요 없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예멘 후티 반군 역시 6일 홍해에서 민간상선을 공격하며 중동 지역 긴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중동 시아파 맹주로 ‘저항의 축’을 주도하는 이란은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과 유대인이 수니파지만 같은 무슬림인 하마스와 가자 시민을 공격한다는 이유로 대리전을 통해 후방에서 전투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접경지에서 헤즈볼라를 통해 교전을 벌였고,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해 홍해에서의 서방 국가 상선을 공격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올 1월에는 시리아 민병대를 통해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NYT는 이를 이란의 ‘그림자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만약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 공격을 실시하고 이에 대응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참전한다면 자칫 사태는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란 측도 지역 내 확전을 우려한 듯 미국에 대해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도 했다. 지난 5일 모하마드 잠시디 이란 대통령실 정무 부수석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은 네타냐후의 덫에 걸려들지 말라고 미국에 서면으로 요청했다”며 “미국은 공격받지 않으려면 비켜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NYT와 CNN 등은 이란의 보복 시점과 방식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라마단 종료 시점인 오는 10일 전후 예언자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를 받은 날로 알려진 ‘권능의 밤’에 실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즉각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공격 노출위험이 높은 해외 대사관 28곳에 폐쇄 명령을 내렸고, 전투부대원의 휴가 중단 및 방공망 인력을 추가 동원하며 보복에 대비하고 있다.

영사관 폭격 이후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이스라엘군은 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 답변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공격받은 건물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니다”며 “다마스쿠스에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전쟁 목표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모든 일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다중전선 상황평가’ 회의를 열고 전투 태세를 재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를 비롯해 레바논, 시리아 등 다방면에서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영사관폭격 직후부터 이란에 폭격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통보했으며, 이 사건을 이유로 미국의 자산을 공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중동 지역 내 전운이 감돌면서 연초 배럴당 70달러선에서 시작했던 국제유가는 90달러를 넘보고 있다. 이란의 참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각국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스위스쿼트뱅크 수석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배럴당 95~100달러 레인지까지 단기 랠리를 보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 내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대규모 반전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수도 텔아비브 ‘민주주의 광장’에는 6일 10만명이 운집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권의 퇴진과 휴전, 인질 석방 등을 요구했다. 다만 휴전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집트에서 미국, 사우디, 요르단 등 주요 중재국이 모여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대가로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군 철수의 영구 휴전을 요구하면서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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