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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사 중심으로 1000원 빵집 급증
납품 단가 상승으로 1200원으로 올린 곳도

'대량 생산' 공장빵 받아 박리다매
서울 시내 기준 일 1500~2000개 팔려
제조 원가 차이 있지만, 불경기 영향으로 인기
시민들 "맛 차이 크게 없고 저렴해 좋다"

 

18일 오전 이대역에 있는 1000원 빵집의 모습. /사진=독자 제공

18일 오전 이대역에 있는 1000원 빵집의 모습. /사진=독자 제공


"요즘엔 학식도 1000원보다 비싸니까요.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기에 이만한 게 없어요."

이대역 '1000원(천원) 빵집' 매장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강모 씨는 "새 학기부터 이 가게를 발견한 이후로 거의 매일 통학길에 사 먹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18일 오전 2호선 이대역 개찰구 앞. 1000원 빵집을 운영하는 최은서 씨는 손님이 고른 빵을 계산하며 "하루 평균 2000개씩 팔린다. 인근 대학생이 손님 비중의 70%"라고 전했다. 이어 "매일 아침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한다"며 "출퇴근길에 손님이 가장 많다"고 부연했다.

최씨는 빵 가격이 저렴한 이유에 대해 "진부하지만 정말 박리다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 자리에서 1000원 빵을 판매하고 있다는 그는 "납품받는 곳마다 차이가 있지만 매일 아침 원가 800원가량의 빵을 받아 그날그날 소진하고 있다"며 "최소 마진이라 많이 판매해야만 이윤이 남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 내 1000원 빵집. /사진=김영리 기자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 내 1000원 빵집. /사진=김영리 기자


'전품목 무조건 1000원'

다이소가 아니라 지하철 역사 내 빵집에 걸린 현수막이다. 최근 1000원 빵집이 불황을 타고 급증하고 있다. 이대, 신촌역 등 대학가부터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은 을지로, 종각, 양재역 등에서 1000원 빵집이 성행하고 있었다. 수원역 등 수도권 주요 역에서도 1000원 빵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장에는 호떡, 카스테라, 단팥빵, 소보로, 땅콩샌드 등 규모에 따라 최소 20~40가지의 빵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1000원 빵 가게에 납품을 하고 있는 공장빵 제조사의 중간 유통업자는 "빵 1개당 납품가는 770원이고, 20가지 빵을 공급하고 있다"며 "처음 계약할 때는 20가지 빵을 모두 한 박스씩 총 1000개를 구매해야 한다. 이후부터는 원하는 빵만 50개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권이 중요하다"면서 "서울 지역의 경우 하루 평균 2000~5000개가량 나간다"고 부연했다.

외식 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단돈 1000원 한 장으로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다는 장점에 시민들의 수요가 늘면서, 매장이 우후죽순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료의 종류나 함량에 품질 차이는 있겠으나 시중의 베이커리와 가격 차이가 큰 탓에 이날도 서울 지하철 역사 내 1000원 빵집은 꾸준히 붐비는 모습이었다.

서울 시내 지하철 역내 1000원 빵집에서 만난 50대 주부 이모 씨는 "유명 베이커리의 7000~8000원짜리 빵은 부담스럽다"면서 "고급 재료를 쓴 빵보단 맛이 덜할지 몰라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베이커리서 판매하는 공장빵들과는 맛이 똑같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곳은 2+1 행사나 통신사 할인을 받아야 개당 1000원꼴이 되는데 여긴 먹고 싶은 빵으로 하나만 사도 1000원이라 애용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1000원 빵집은 이번주부터 가격을 1200원으로 올렸다. /사진=김영리 기자

서울 시내의 한 1000원 빵집은 이번주부터 가격을 1200원으로 올렸다. /사진=김영리 기자


저번 주까지 1000원 빵집이었다가 이번 주부터 '1200원 빵집'이 된 곳도 있었다. 납품처가 단가를 올려서다. 서울 시내 한 지하철 역사 내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민모 씨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부득이하게 값을 올렸다"며 "이 자리에서 1000원에 판매하기에는 도무지 이윤이 나지 않아 판매량 감소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김밥이나, 뻥튀기, 쥐포 등 다른 간식을 함께 판매하면서 손님을 유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씨는 1000원 빵집이 빵을 저렴하게 팔 수 있는 '비법'으로 '단기 임대'를 꼽았다. 단기 임대란 공실 상가에 정식 매장이 들어오기 전까지 임시로 매장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보증금 없이 시가보다 20~30% 비싼 월세를 선불로 내는 대신, 계약 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언제든 철수할 수 있다. 일명 '깔세'라고 부른다.

그는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 내 깔세형 매장은 최소 월 500만원부터 시작하고, 유동 인구와 평수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라며 "깔세 매장이라 보증금이 더 저렴한 건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계약 기간이 없어 언제든 철수가 가능하고, 보증금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자영업자들이 박리다매형 매장을 깔세 형식으로 오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동 인구가 매우 많은 강남 지역의 일부 역사는 깔세가 월 6000만원이 넘는다고 들었다"며 "대신 그런 곳은 빵이 하루 1만개씩 팔린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장사"라고 말했다.
 

1000원 빵집에 진열돼있는 빵들. /사진=김영리 기자

1000원 빵집에 진열돼있는 빵들. /사진=김영리 기자


단기 임대식 1000원 빵집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불경기 신호'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깔세형 매장이 늘어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불경기에 깔세 매장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풀이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학과 교수는 "치솟는 외식 물가에 소비자들이 빵 가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황형 소비의 예시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국내 빵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이러한 빵집이 늘면 해당 품목의 가격 안정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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