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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2일, 미국 뉴욕 주의 뉴욕 시는 이른바 '쥐 황제(Rat Czar : 랫 차르)'를 임명했습니다. 이름은 캐슬린 코라디. 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공식 직함은 '시 설치류 감소 감독관(Citywide Director of Rodent Mitigation)'입니다.

연봉 15만 달러로, 우리 돈 2억 원에 이릅니다. 많은 액수이지만, 뉴욕 맨해튼 거주자의 평균 연봉이 17만 달러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 많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 뉴욕 시엔 쥐가 얼마나 많을까?

뉴욕 시에는 한창때 쥐 3백만 마리가 시 면적의 90%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코로나 19 대유행 이전엔 그 수가 20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됐는데, 몇 년 사이 급증한 겁니다.

그간의 사정을 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시 위생 예산이 코로나 전 보다 줄었습니다. 코로나 19에 대응하느라 선택한 조치였습니다.
 

길가에 야외 식사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조명도 설치돼 있다. 뉴욕 시는 쥐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고 이런 야외 식사 시설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뉴욕 맨해튼.

길가에 야외 식사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조명도 설치돼 있다. 뉴욕 시는 쥐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고 이런 야외 식사 시설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뉴욕 맨해튼.


예산은 줄었는데 쥐가 살 환경은 좋아졌습니다. 실내 식사가 불가능하니 실외 식사 공간을 허용하면서 음식물이 길거리에 뿌려졌습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실외 식사 공간을 가건물처럼 만들었는데 그 바닥 아래로 쥐들이 오갔습니다. 길거리에 내놓아진 쓰레기가 제대로 수거되지 않으면서 쥐의 먹이가 많아졌습니다.

암컷 쥐가 새끼 6~12마리를 1년에 6~8번 낳는 엄청난 번식력을 감안하면 뉴욕 시의 쥐 증가는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 뉴욕 시의 목표는 '박멸'이 아닌 '감소'

이제 코라디 감독관이 취임한 지 1년이 다 됐습니다. 그동안 성과는 어땠을까요?

'쥐 황제'의 임명은 예산의 회복과 함께 적극적인 대응을 의미합니다.

이후 많은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먼저 쥐의 먹이를 줄이기 위해 쓰레기 내놓는 시간을 오후 4시에서 8시로 늦췄습니다. 그만큼 쥐가 굶어야 하는 시간을 늘려 쥐의 번식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입니다.

또 위생 업체들과의 계약을 통해 쥐를 직접 잡기도 합니다. 쥐덫을 놓기도 하고, 쥐 구멍에 일산화탄소를 주입해 그 안에서 질식사하게 하거나, 못 견디고 밖으로 튀어나오면 도구를 이용해 잡는 방법을 씁니다. 또 사냥 본능이 뛰어난 개를 이용해 쥐를 잡기도 합니다. 쥐를 잡는 현장을 따라가 봤더니 각 현장마다 적게는 한두 마리에서 많게는 10여 마리까지 잡혔습니다.
 

쥐 잡는 개가 쥐를 물고 있다. 두 마리 개가 한 장소에서 7마리를 잡았다. 개 주인은 장소마다 100~300달러의 비용을 받는다고 한다. 뉴욕 퀸즈.

쥐 잡는 개가 쥐를 물고 있다. 두 마리 개가 한 장소에서 7마리를 잡았다. 개 주인은 장소마다 100~300달러의 비용을 받는다고 한다. 뉴욕 퀸즈.


또 음식과 관련된 사업체는 쓰레기를 쓰레기통(컨테이너)에 넣도록 했고, 주거단지에서도 컨테이너에 넣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집이나 보도블록에 나 있는 쥐 구멍을 시멘트로 막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뉴욕 시의 쥐를 없앨 수 있을까요? 쥐를 박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쥐 황제'의 공식 직함에서 보듯 뉴욕시의 목표는 쥐 '박멸'이 아니라 쥐 '감소'입니다.

위생 업체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쥐가 처음부터 굴을 파고 집을 짓지 않는다. 먼저 와보고 살만하다고 판단하면 굴을 파고, 좀 더 지내다 안전하다고 느끼면 새끼를 낳고, 굴은 더 깊어진다. 우리가 하는 일은 쥐가 위협을 느끼게 해 이곳에서 떠나게 하는 것이다. 직접 죽이는 일은 사실 많지 않다."

뉴욕 쥐의 생활 반경이 굴에서 8~30m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조금씩 조금씩 쥐 서식지를 몰아내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겁니다.

이를 통해 뉴욕 시는 쥐가 줄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쥐 개체 수를 정확히 알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시 민원센터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쥐 관련 민원이 20%가량 줄었다는 사실로 쥐 대응책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 뉴욕 시의 쥐 문제는 '쓰레기 문제'

뉴욕 시에 쥐가 많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녹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맨해튼 한복판에 커다란 공원인 센트럴파크가 있습니다. 곳곳이 이보다 작은 공원들도 있습니다. 또 지하철도 여러 노선이 뚫려 있어 쥐가 살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먹을 것이 없으면 쥐가 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쥐 먹이를 사람들이 끊임없이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음식물을 포함한, 쥐의 먹이가 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뉴욕 시에서 하루 2천 톤이 배출됩니다.
 

길가에 쓰레기가 담긴 비닐 봉투를 내놓고 있다. 뉴욕 맨해튼.

길가에 쓰레기가 담긴 비닐 봉투를 내놓고 있다. 뉴욕 맨해튼.


쓰레기 관리도 문제입니다. 식당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도록 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쓰레기통이 일상화된 우리에겐 이해가 잘 안 되는 일이지만, 뉴욕 시에선 쓰레기를 검은색 플라스틱백(비닐 봉투)에 담아 내놓습니다. 시멘트도 갉아 구멍을 뚫는 쥐에게 비닐 봉투 뚫는 건 일도 아닙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뉴욕 시에 '쥐 투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루 50달러로, 야간에 약 한 시간 동안 쥐가 나오는 곳을 돌아다닙니다. 따라가 보니 쓰레기가 있는 곳이 곧 쥐가 사는 곳이었습니다.

1970년대 환경을 이유로 쓰레기 소각이 금지되면서 비닐봉투 사용이 일상화됐습니다. 그냥 인도 끝자락에 쌓아둡니다. 일부 쓰레기통에 넣기도 하지만, 쓰레기통이 작아 그 위로 넘쳐나기 일쑤입니다.
 

피자 조각을 쥐가 다닐만한 통로에 두자 쥐가 나타나 통째로 들고 사라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

피자 조각을 쥐가 다닐만한 통로에 두자 쥐가 나타나 통째로 들고 사라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


내놓는 시간을 저녁 8시로 늦췄다고는 하지만 수거하는 시간이 새벽 시간대인 점을 감안하면 쥐가 활개 치기엔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쓰레기통을 더 보급하면 해결이 될까요? 뉴욕 시가 추진하는 방법은 기존의 플라스틱 쓰레기통보다는 쥐가 들어가지 못하는 대형 컨테이너에 담도록 하고, 이를 차량을 이용해 수거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대형 컨테이너를 어디에 두느냐입니다. 뉴욕 시, 특히 맨해튼은 블록 단위로 거리가 나뉘어 있고, 그 블록 안에는 골목이 없이,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또 차량 수거 방식까지 감안하면 대형 컨테이너를 인도에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뉴욕 맨해튼엔 고층 건물이 많습니다. 이 건물에서 나오는 모두 쓰레기를 담으려면 대형 컨테이너 한두 개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여러 개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건물과 도로 사이엔 쓰레기 컨테이너 장벽이 세워지고, 사람들은 그 사이로 걸어 다녀야 합니다.

■ 뉴욕 관광 중에 쥐를 보게 될 확률은?

뉴욕 쥐가 기후 온난화에, 대담해지기까지 하면서 동면도 하지 않고, 낮에도 돌아다닌다고는 하지만, 밤 시간대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만 피한다면 쥐를 만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물론 지하철 역사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쥐를 최대한 피하고 싶다면 뉴욕 시가 만들어 놓은 쥐 포털 사이트를 참고하면 좋습니다. 색깔별로 쥐가 많이 사는 곳은 어디인지, 또 개체 수가 거의 없는 곳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욕 시가 만든 쥐 지도. 붉은 색은 쥐 활동이 확인된 곳, 연두색은 점검에서 통과된 지역이다.

뉴욕 시가 만든 쥐 지도. 붉은 색은 쥐 활동이 확인된 곳, 연두색은 점검에서 통과된 지역이다.


깨끗한 식당을 고르는 법도 있습니다. 뉴욕 시 식당을 보면 문이나 문 바로 옆 창에 A, B, C 등으로 큰 알파벳 표식이 붙어 있습니다. 쥐를 비롯해 오염원으로부터 가장 깨끗한 곳이 A 등급입니다.

뉴욕 시를 세계 최고의 도시라고 합니다. 하지만 첨단 도시라거나 깨끗한 도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길을 걸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코를 막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쥐는 뉴욕 관광에 큰 방해물은 아닐 겁니다. SNS에서 보는 쥐 동영상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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