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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수영장 물 사용 놓고
스페인 정치권, 좌우 대립
중도 우파 “관광객 유치 우선, 호텔 편”
보수 색채 안달루시아, 호텔 수영장 OK
좌파 색채 카탈루냐 정부, 호텔 물 사용 제한



스페인이 올여름에도 가뭄으로 인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물의 쓰임을 놓고 좌우 정치인이 다른 정책을 내놓으며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가장 큰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호텔 수영장이다. 중도 우파 정치인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호텔 편에 선 반면, 좌파 정치인들은 호텔이 수영장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좌파 색채가 진한 카탈루냐 지방 정부는 호텔 수영장 운영 중단을 고려 중이다.

카탈루냐는 이 지역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으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은 2016년 이후 지속적인 가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스페인이 겪은 가뭄은 세계에서 가장 피해가 큰 10대 기후 재해 중 하나로 선정됐을 만큼 심각하다. 하지만 스페인은 물론 유럽 전역이 기후변화로 인해 직면한 가뭄, 이로 인한 물 부족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카탈루냐 정부가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200개 도시에 2월 초부터 가뭄 비상 상태를 선포한 가운데 물을 절약할 것을 촉구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앞 표지판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 / 로이터

카탈루냐 정부가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200개 도시에 2월 초부터 가뭄 비상 상태를 선포한 가운데 물을 절약할 것을 촉구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앞 표지판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 / 로이터

 

보수 안달루시아 “관광객 유치 우선” vs 좌파 카탈루냐 “호텔 수영장 금지”


17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의 말라가, 마르베야 등 코스타 델 솔 해변이 포함된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안달루시아 지역은 공공 수영장, 스포츠 클럽 수영장, 호텔 수영장은 물로 채우는 것을 허용한다. 반면 현지인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와 개인 주택에 딸린 수영장은 건조하게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좌파 색채가 진한 카탈루냐 지방 정부는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직면하자 호텔이 물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했다. 카탈루냐 정부의 파트리시아 플라야는 FT에 “관광 업체는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며 “관광업이 스페인 경제에 중요하지만, 다른 산업 분야와 같은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카탈루냐 정부는 관광객에게 물 절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공항과 기차역에 물 절약 광고를 게재했다. 영국 가디언은 “카탈루냐 자치주에 위치한 바르셀로나를 걷다 보면 빨간 플라스틱 양동이가 그려진 표지판과 광고판, 그리고 ‘물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적은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탈루냐 정부는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200개 도시에 2월 초부터 가뭄 비상 상태를 선포했다. 이후 카탈루냐 지역에 거주하는 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은 물 사용이 제한된 상태다. 주민당 일일 물 사용량은 제한됐고, 공원에는 물이 공급되지 않으며, 분수는 가동 중지됐고, 수영장과 해변의 샤워 시설은 폐쇄됐다. 농부들은 농작물에 물을 공급할 수 없으며 가축을 위한 물 사용량은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이 부과된다. 세차할 경우 30유로, 정원에 물을 공급하면 50유로, 수영장에 물을 채우면 2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일부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수도꼭지 수압을 낮췄다.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정부는 손상된 수원을 복원하고 물 공급 시스템을 현대화하며 물 재활용 및 담수화를 촉진하기 위해 수십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호텔 수영장이나 골프장이 사용하는 물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으나, 이들이 사용하는 물 사용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상수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이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식수로 쓰이던 우물이 오염되자 1년 넘게 물탱크를 찾아 식수를 받아 가는 스페인 사람들. / 로이터

스페인이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식수로 쓰이던 우물이 오염되자 1년 넘게 물탱크를 찾아 식수를 받아 가는 스페인 사람들. / 로이터


스페인 환경부에 따르면 스페인의 물 소비 79%는 농업 분야에서 이뤄진다. 15%는 주거 및 상업용, 5.5%는 산업용으로 쓰인다. 총리실의 공공정책 담당자인 디에고 루비오는 “관광업이 사용하는 물은 보리밭에 물을 공급하는 데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부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모든 부문을 현대화하는 포괄적인 접근만이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다른 대륙보다 두 배 빠른 온난화…”기후변화가 정치화”


스페인의 가뭄 문제는 유럽 전역이 겪고 있는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유럽은 다른 대륙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이다. 유엔(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유럽의 연평균 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약 0.79°C 높은 이상 기온을 보였다. 또한 2022년 유럽 대부분 지역의 강수량은 평균을 하회했다.

이를 보여주듯 프랑스는 2022년 1~9월까지 역사상 가장 건조한 날씨를 보였고, 영국은 1976년 이후 가장 건조한 1~8월을 보냈다. 스페인의 물 보유량은 2022년 1~7월 기준 총용량의 41.9%로 감소했다. 문제는 이런 이상 기후가 2022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책임자인 카를로 부온템포 박사는 보고서에서 “놀라운 수치는 일회성 사건이나 기후의 이상 현상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프랑스, 벨기에, 독일에서 농민들이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인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농부들은 가뭄에 과수를 버리고 있고, 극심한 폭염으로 올리브 오일 생산은 중단됐다. 아몬드 재배는 올해 1월 기온이 역사상 가장 높은 것으로 기록되면서 생산이 중단될 위기다. 이 와중에 EU가 이른바 ‘자연 복원법’에 따라 훼손된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오는 2030년까지 농지를 10% 줄이고, 살충제 사용량도 50%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EU산 농산물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고조되자, 농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가디언은 “기후변화를 놓고 벌어지는 이런 상황은 포퓰리즘 정당, 특히 극우 정당에 의해 쉽게 이용될 수 있다”며 “주류 정치인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보다 당파적 정치, 권력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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