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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기습 재보복]
◆ 6일 만에 군사거점 공습
이 공격 따른 인명피해 보고 안돼
美 등 고강도 제재에 수위 낮춘듯
바이든 "對이란 공격 동참 안해"
이란 추가대응에 국제사회 촉각
美, 10억 달러 무기 지원 검토중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과 이란이 다시 충돌하면서 국제사회에 ‘제5차 중동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중동의 오랜 앙숙인 양국은 이달 1일 최초로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면서 보복과 재보복을 반복하며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핵 시설이나 인명 피해가 보고되지 않은 만큼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양국 움직임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을 받은 지 6일 만인 19일(현지 시간) 이란 본토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공격이 이뤄진 이란 중부 이스파한에서는 이날 새벽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이란군 방공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공중에서 요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3일 이뤄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과 비슷한 시간대에 유사한 방식으로 공격이 진행됐지만 이란이 300여 기에 달하는 드론과 미사일을 쏟아붓는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것과 비교하면 보복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한 수준이다.

특히 공격이 이뤄진 이스파한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심지인 나탄즈 핵 시설을 포함해 다수의 핵 시설이 들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직 핵 시설에 대한 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들도 공격 이후 피해를 입지 않은 이스파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촬영한 영상을 송출하기도 했다. 이란은 앞서 이스라엘이 자국 핵 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 핵 시설을 첨단무기로 공격하는 등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재보복을 예고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의 보복을 만류하며 대(對)이란 제재 논의에 착수하는 등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대응에 대한 결정은 주체적으로 내릴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재보복은 시간문제로 여겨져왔다. 이에 따라 양국 간 전면전 우려와 함께 이스라엘의 보복 시기와 방법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이어졌다. 그에 비해 이번 공격의 규모는 ‘초라한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인지 여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마크 맥컬리 미 육군 퇴역 소장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을 이란에 대한 ‘계산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중요한 핵 시설이 있는 이스파한을 겨냥함으로써 이란의 방어를 쉽게 압도할 수 있으니 또다시 자신들을 공격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들과의 관계 유지를 고려해 보복 수위를 절제하는 분위기다. 보복의 대원칙은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되 이란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맹국들의 확전 우려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이란의 추가 도발을 억제할 힘을 보여준다는 균형점으로 관측돼왔다. 앞서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 중 99%가 이스라엘군과 중동 주둔 미국·영국군에 의해 격추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공격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고강도 제재안을 발표한 것도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란의 공격 이후 미국 등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의 요청으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해왔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의 무인기 생산을 가능하게 한 개인과 기업에 이어 이란 최대 철강 회사인 후제스탄철강기업에 대해 원자재 공급 및 구매를 차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아흐로노트는 이날 공격을 “이란 지도부가 참아낼 수 있고 새로운 긴장 악화를 자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 “누가 이번 공격을 단행했든지 간에 그 표적은 추가 교전을 회피하기 위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군 시설로 설정됐다”고 짚었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다시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 이란 정부의 한 관계자는 “즉각 대응 계획이 없다”며 “공격 배후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란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전면전이 불가피한 데다 이란의 대리 세력인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까지 가세할 경우 중동전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 역시 인명이나 핵 시설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재보복에 나설 경우 원유 수출제한 등 추가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게 되는 만큼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이 보복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것도 이스라엘로서는 선택지를 좁히는 주요 요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감행한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지만 미국은 대이란 공격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에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이상의 무기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복수의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7억 달러 규모의 120mm 전차 포탄과 5억 달러 규모의 전술 차량, 1억 달러 미만의 120mm 박격 포탄 등을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안은 현재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과 별개로 미 의회 지도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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