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융가이 저지대를 탐사하는 연구자들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고 뜨거워 생물이 살기 어렵고 화성과도 환경이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지하 4m 아래에도 다양한 미생물 군집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독일 포츠담대학 더크 바그너 교수팀은 24일 미 국립과학원(NAS) 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에서 아타카마 사막의 융가이 계곡(Yungay Valley) 저지대에서 깊이 4.2m까지 굴착해 채취한 토양 속 DNA를 분석, 다양한 미생물 군집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막 환경은 지구상에서 가장 넓으면서도 생물이 살기는 어려운 생태계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은 연간 강수량이 15㎜, 일부 지역은 1~3㎜에 불과할 만큼 극도로 건조한 환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미생물이 토양 성분과 대기 중 가스를 에너지와 물의 원천으로 사용해 영양분 순환을 매개하는 중요한 생태 구성 요소가 됩니다.
샘플 채취를 위한 굴착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 지하 모습
연구팀은 그러나 기존 사막 환경의 미생물 연구는 대부분 표면에 초점이 맞춰져 깊은 퇴적층 미생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아타카마 사막 융가이 계곡 가운데 과거 호수였거나 비가 올 경우 수분이 모이기 좋은 저지대 토양을 4.2㎜까지 파 내려가 표본을 채취하고, 그 속에 포함된 DNA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지표면에서 80㎝ 깊이까지는 그람양성균에 속하는 피르미쿠테스(Firmicutes) 박테리아가 지배적으로 서식하며, 깊이가 깊어질수록 염분량이 증가하면서 서식 양이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깊이 80~200㎝에서는 미생물 군집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부분에서는 높은 염분 농도로 인해 미생물 군집 서식이 중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깊이 200㎝부터는 다시 방선균(Actinobacteria)을 중심으로 한 미생물 군집이 발견돼 420㎝까지 미생물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부분에서 발견된 일부 박테리아는 호기성 세균인 지오더미필루스 풀베리스(Geodermatophilus pulveris) 및 모데스토박터 카세레시(Modestobacter caceresii)와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 군집이 1만 9천 년 전 퇴적물에 묻히기 전에 이 지역에 서식했을 수 있다며 물을 얻는 데 석고 성분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생물 군집이 이번에 조사한 깊이보다 더 깊은 곳에서도 생물권을 형성하고 있을 수 있다며 화성에도 이론적으로 미생물의 물 공급원이 될 수 있는 석고 퇴적물이 있는 만큼 이와 유사한 환경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