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대 여론조사 결과
결혼식 평균 비용 6300만원
중국 인구 2022년 이후 감소
혼인·출산율 10여년만에 반토막
아이 안고 가는 중국 남성. [AP 연합뉴스]
한국만큼 저출산이 심각한 중국에서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결혼 비용이 혼인율 하락을 부추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현지시간) 스페인 EFE 통신은 중국 관영매체를 인용해 최근 중국 인민대가 실시한 조사결과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평균 결혼식 비용은 33만400위안(약 6270만원)으로 지난해 기준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의 8배가 넘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이상이 “결혼과 관련된 경제적 압박이 매우 크다”고 답했다. 인민대 조사팀은 “평균 결혼 비용이 높다는 건 부부와 그들의 가족에 대한 강한 경제적 압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응답자 72%는 가족, 친구 등 주변으로부터 결혼하라는 압박을 받은 적이 있지만 불행한 결혼이 자신의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갖기로 할 경우 응답자 중 가장 많은 70%가량이 육아를 책임질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가장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고 이어 사회적 환경, 출산 지원 정책순 이었다.
변화한 세태를 반영한 것인지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비율도 급감했다. 응답자 중 결혼을 하는 주요 동기로 출산과 양육을 꼽은 응답자는 10명 중 3명 정도에 불과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결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동반자를 얻고 정서적 지원을 얻기 위해서” 이지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라고 응답했다.
중국은 대약진 정책의 실패와 그로 인한 기근이 덮친 1961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2022년에 이어 2023년 2년 연속으로 인구가 줄었다. 지난해 세계 1위 인구 대국 자리를 인도에게 내준데 이어, 신생아 수도 2년 연속 1000만명을 밑돌면서 전체 인구도 내리 감소하고 있다.
중국의 출생아 수는 지난해 까지 7년연속 줄면서 불과 11년만에 900만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중국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해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청년들은 가정을 꾸리길 꺼리고 있다.
중국의 혼인율은 시진핑 주석 취임 직후인 지난 2013년 피크 이후 계속 하락세다. 중국 혼인율 급락의 원인으로는 치열한 진학, 취업 경쟁에 높은 집값과 생활비가 주로 꼽힌다. 한국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중국은 출산율과 직결되는 혼인율 하락세가 한국보다 더 가파르다는 점에서 잠재적으로 한국 이상으로 낮은 출산율을 기록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혼인 건수는 2013년 1347만건에서 2022년 683만건으로 반토막 났다. 이에 한국에서 ‘비혼족’ 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듯이, 수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결혼을 공포스러워 한다는 ‘공혼족(恐婚族)’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다만 ‘청룡의 해’인 올해 1월 신생아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중국당국은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것으로 전해다. 중국에서는 청룡의 해에 아기를 낳는 것이 상서로운 일이라는 속설이 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