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말라붙어 수확량 줄고…현지 농부·중개인들은 물량 비축,
런던 로부스타 선물 가격 올 들어 50% 급등…16년만에 최고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커피엑스포에 참여한 관계자가 커피 원두를 퍼내고 있다./사진=뉴스1
커피 가격이 또 인상될 판이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품종 커피 원두 생산국인 베트남이 악천후와 농부들의 물량 비축으로 원두를 해외에서 사들이고 있어서다. 로부스타 품종 원두 가격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고 있다.
2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예측이 불가능해진 날씨와 더 건조해진 기후로 2023년부터 커피 작황이 악화하자 베트남 현지 농부와 중개인들이 커피 콩 공급 계약을 지키지 않고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
기존에 계약한 물량의 10% 이상이 인도되지 않으면서 현지 커피 원두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베트남 원두 공급이 부족해지자 런던상품거래소의 로부스타 원두 벤치마크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약 50% 급등했다. 이는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기후 변화로 베트남의 날씨는 점점 더 불규칙해지고 토양도 보다 건조해지고 있다. 이 여파로 글로벌 커피 원두 공급 물량은 4년 연속 줄어들 전망이다. 베트남은 인스턴트 음료와 에스프레소 커피에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세계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베트남의 주요 수출업체 빈 히엡의 트란 티 란 안 부국장은 "가격이 언제 정점에 이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농민과 중개인들은 커피 원두 가격이 현재의 1㎏당 약 13만동 수준(7072원)에서 15만동(816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커피 소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다행히 또 다른 주요 커피 글로벌 품종인 아라비카 원두는 가격 상승분이 소폭에 그친다. 그러나 인스턴트 커피를 만드는 타타컨수머 프로덕트 관계자는 "로부스타 가격이 한동안 변동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에서는 농작물을 관개하는데 사용되는 대다수 호수의 수심이 극도로 낮아지고 지하 수원이 고갈됐다. 2024~2025년 이 지역의 커피 원두 수확량은 그 전 해(2023~2024년)에 수확된 52만톤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웃한 기아 라이 지방에서 6헥타르에 걸쳐 커피를 재배하는 응우옌 더 휴는 블룸버그에 "우리 농장에는 물이 없다"며 "더운 날씨로 인해 커피 농장에 흰깍지벌레가 들끓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가뭄이 계속되면 새 시즌에 팔 수 있는 새 원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두 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한 일부 농부들은 보유 물량을 시장에 풀지 않고 있다. 당장 과일 판매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농가들은 커피 원두를 더 많이 비축해 놓는다. 블룸버그통신이 7명의 원두 거래자들을 통해 집계한 결과 베트남은 지난해 10월 수확을 시작했지만 15만~20만톤 가량 계약물량을 인도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베트남 전역에서 수확된 작물의 약 10~13%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수출업체 시멕스코 닥 락 관계자는 이달초 호치민시에서 열린 회의에서 "끔찍했고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부온 마 투옷 커피협회 관계자는 "일부 수출업체들이 채무 불이행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그래도 아직 해외 고객에게 커피 원두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원두 구매자인 네슬레는 자사 글로벌 커피 생산공장에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선 베트남 외에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에서 더 많은 원두를 수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베트남 원두 수출업체들은 해외에서 원두를 사서 되팔아야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베트남 최대 수출업체 인티멕스그룹은 이번 달 베트남이 지난해 약 20만톤의 커피 원두를 수입해야했다며 올해도 그만큼 수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