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월급 90% 기부' 등 소탈했던
무히카 전 대통령, 암 투병 사실 발표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이 29일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몬테비데오=AFP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 남미 우루과이 진보의 아이콘 호세 무히카(88) 전 대통령이 암 투병 중이라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무히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주 금요일(26일) 건강검진에서 식도암 진단을 받았다"며 "나는 20년 이상 자가면역 질환을 앓고 있어 몸 상태가 매우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의사들이 그의 자가면역 질환 때문에 화학요법과 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전에도 제 인생에서 저승사자가 한 번 이상 침대 주위에 있었지만, 이번엔 (그가) 명백한 이유로 큰 낫을 준비해온 것 같다"며 "나는 할 수 있는 한 내 사고 방식에 충실하게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페'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게릴라 출신 무히카 전 대통령은 우루과이 좌파의 아이콘이다. 그는 중도좌파연합 후보로 출마해 74세에 대통령직에 올랐고, 빈곤 퇴치에 힘쓴 끝에 재임 기간 빈곤율을 40%에서 11%로 낮췄다. 또 동성결혼과 임신 초기 낙태 허용, 마리화나 판매 합법화 등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우루과이에서 파격적 정책을 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2018년 자신이 거주하는 수도 몬테비데오 인근 허름한 농가에서 외신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부키 제공
무히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소탈한 모습을 보여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대통령궁이 아닌 부인 명의 농장에서 생활했고, 재임 기간 중 월급의 90% 수준인 1만2,000달러(약 1,651만 원)를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도 통했다. 대통령 퇴임 후에는 상원에서 정치 활동을 하다 2020년 정계를 은퇴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암 투병 사실을 전하며 "인생은 아름답지만, 지치고 넘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모든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넘어질 때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노를 지니고 있다면 그것을 희망으로 바꾸라"고 말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의 투병 소식에 우루과이 안팎에서 쾌유 기원이 잇따랏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브라질 대통령은 엑스(X)에 "당신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쟁의 등불"이라며 무히카 전 대통령의 작은 비틀에 함께 탑승했던 사진을 올렸다. 욜란다 디아스(52) 스페인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망연자실케 하는 소식"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고, 에보 모랄레스(64) 볼리비아 전 대통령은 "그는 질병이라는 새로운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