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와 도움 제공하지 않은 사람들에 소송
법원이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재정적 보상 요구
미국 미주리주에서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가 집주인에게 총을 맞고 중상을 입었던 10대 흑인 피해자의 가족이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총격으로 장애 입어 정상적인 생활 어려워…가해자·주택소유주협회 배상해야"
잘못 찾아간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총에 맞은 10대 소년 랠프 얄.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 ABC 방송 등은 피해자인 랠프 얄(17)의 어머니 클레오 내그베는 이날 총격 가해자인 백인 남성 앤드루 레스터(85)와 이 지역의 주택소유주협회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내그베는 레스터의 부주의와 과실로 "영구적인 상처를 입어 고통받고 있으며, 장애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또 주택소유주협회가 주민들에게 총기 사용의 위험성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으며, 얄이 총에 맞은 직후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소송에서 얄의 가족은 "법원이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재정적 보상을 요구했다. 가해자인 레스터는 기소된 뒤 "누군가 집에 침입하려 한다고 생각했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보석금 20만달러(약 2억7520만원)를 내는 조건으로 석방됐다. 그의 형사 재판은 오는 10월 7일 시작될 예정이다.
주소 착각해 초인종 눌렀다가 총에 맞아…"잘못된 문 두드려도 안전한 사회여야"
얄이 잘못 찾아갔다가 공격받은 집. 문밖에 시위대가 던진 달걀이 묻어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4월 13일 래스터는 캔자스시티에 있는 자택에서 초인종을 잘못 누른 얄에게 32구경 리볼버 권총 두 발을 쏜 혐의로 며칠 뒤 기소됐다. 얄은 사건 당일 주소가 '115번 테라스'인 집에서 형제를 데려오기 위해 이 동네를 찾았는데, 주소를 잘못 보고 '115번 스트리트'에 있는 레스터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얄 측은 레스터가 총격 이전에 얄에게 경고를 하거나 자택에 온 이유 등을 묻지 않는 등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레스터가 쏜 총에 머리와 팔을 다친 얄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총격으로 인해 외상성 뇌 손상(TBI)을 입어 학교 공부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의 어머니 내그베는 전했다.
얄 가족의 변호사인 메리트는 레스터의 총격이 "인종적 적대감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사는 어린 흑인 소년이 잘못된 문을 두드려도 범죄를 당하거나 폭력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 당시 인종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 보이자 정치권도 즉각 대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얄에게 전화를 걸어 쾌유를 빌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어떤 아이도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는 이유로 총에 맞을까 봐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