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폭등한 대마초 상장주, 대선 핫이슈된 이유

by 민들레 posted May 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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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마리화나(대마초)에 대한 연방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뉴욕주식시장(NYSE)에 상장된 대마초 관련 주가 일제히 급등했으며, 낙태권과 함께 청년층 사이의 관심사로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1일(현지 시각)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지난 30일 미국 보건복지부가 대마초를 기존 1급 약물(Schedule 1)에서 3급 약물(Schedule 3)로의 변경을 권고한 내용에 대해 마약단속국이 승인할 예정이다. 승인되면 대마초는 이제 관련 기관의 규제를 덜받게 되는데, 40년간 강한 규제를 받아온 대마초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처음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다만 등급이 완화된다고 해서 대마초의 남용이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 열린 비공식 대마초 기념일을 축하하는 사람들. /로이터 연합뉴스

뉴욕에서 열린 비공식 대마초 기념일을 축하하는 사람들. /로이터 연합뉴스


대마초의 규제 완화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 잘 움직이지 않던 대마초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30일 기준 틸레이는 39.55% 급등했고, 크로노스 그룹과 캐노피 그로스는 장중 최고 60%대까지 뛰었다. 큐라리프홀딩스는 19% 급등하면서 52주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크게 급등했던 만큼 1일 조정을 받아 관련 기업들은 10~20% 정도 다시 떨어진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대마초를 다루는 중소기업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는데, 대부분의 미국 은행은 관련 회사에 대출해주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현금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크게 남용 위험과 의료적 사용 여부에 따라 규제약물을 5단계로 구분해 ‘통제물질법(CSA)’에 기재하고 있다. CSA상 대마초는 최고 위험 등급인 1급 약물에 속하며 이는 지난 40년간 지속되어 왔다. 1급 약물은 남용 위험성이 매우 높고 의료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헤로인이나 LSD가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3급은 처방을 통해 복용할 수 있는 덜 위험한 약물로 케타민, 테스토스테론이 여기에 포함된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대마초에 대한 시민들의 의존성이 중간 이하라고 보고, 등급을 3급 약물로 하향조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다만 3급 약물도 반드시 의사 처방에 따라야 하며, 따르지 않으면 기소될 수 있기에 취급에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 언론들은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신경쓰는 바이든 정부가 젊은층과 흑인, 라틴계, 히스패닉 등 소수민족 등을 노린 정책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앞서 지난 2022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은 마리화나가 마약류로 분류된 이후 단순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6500여명을 사면하기도 했다. 퓨 리서치 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은 비슷한 비율로 대마초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2020년 대마초 소지로 체포된 사람 중 흑인은 39%에 달했다. 흑인이 대마초 소지로 체포될 가능성이 백인보다 3.6배 더 높았다는 의미인데, 미국 전체 인구 중 12%에 불과한 흑인 인구 수를 감안하면 비대칭적인 수치다.

AFP통신은 통상 미국에서 대마초가 라틴계 이민자들과 밀접하게 연관 있다는 인식이 있어, 종종 인종 차별적인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뉴멕시코주에서는 이미 대마초의 사용이 허용됐지만 미국 세관과 국경 순찰대는 연방법을 이유로 검문소에서 마약 소지자를 계속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민자를 내쫓기 위한 차별적인 정책이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대마초 활용 법안을 도입하자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 /연합뉴스

대마초 활용 법안을 도입하자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 /연합뉴스


특히 대마초의 등급하향은 청년 유권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정책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젊은층들의 지지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던 만큼, 올해 대선에서도 경합주의 젊은 유권자들은 캐스팅보트로 꼽히는데, 낙태권과 함께 대마초는 청년층에게 민감한 이슈다. 지난해 기준 미국 18~34세 성인 중 29%는 대마를 흡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미국 청년층 3명 중 1명은 대마초 흡연자인 셈이다. AP 보트캐스트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유권자의 63%가 기호용 대마 사용 합법화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특히 합법화에 대한 지지는 45세 미만 성인 사이에서 더 높았다.

제안은 백악관 관리 예산처로 전달돼 검토 및 최종 결정 과정을 거친다. 공개 의견 수렴이 이어지고 입법 절차도 필요할 수 있다. 다만 법안이 대선 전 까지 의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등급조정 하향 승인은 대마초 사업체의 금융권 이용 및 사업비용 세금 공제 등 공적 분야에서의 변화를 일으킬 예정이다. WP는 관련 사업체들의 세금 부담이 대폭 줄어들 만큼 대마초 사업을 확장하면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함께 논의되고 있는 대마초의 오락용 사용까지 합법화하는 법안은 대선 전까지 의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원들이 대마초의 합법화에 반대해왔고 대마초 논의에 대해 의원들 사이 의견도 통일되지 않고 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