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산층’에 상담 기관 늘어나
상담받는 사람 90%가 대졸 이상
1일 중국 베이징 북쪽 바달링에서 사람들이 만리장성을 오르고 있다. [AFP]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불안감과 우울증에 심리 상담을 찾는 중국 중산층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홍콩사우스모닝차이나(SCMP)에 따르면 중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심리 상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관련 사업이 늘고 있다. 중국 기업 신용정보 제공업체 큐씨씨닷컴 조사결과,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정신 상담 기관의 수는 10배 증가했고, 2022년에는 전년 대비 60% 이상 급증해 3만700개의 상담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상담 기관을 찾는 사람은 대졸 이상이었다. CBN데이터 비즈니스 데이터 센터가 발표한 ‘2023-2024 정신 건강 및 산업 인구 통찰력 보고서’에서 심리 상담에 돈을 지출한 사람 90%가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졌고, 연간 1인당 6500위안(약 123만원)을 상담 비용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SCMP는 “부동산 시장의 위기,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회복 불투명, 고용 불안, 의료 및 교육 비용 상승 등이 중국 중산층의 정신적 고통과 무력감을 증폭시켰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은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비교적 규모가 큰 부동산 기업들조차 매출 감소 국면 탈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 내 우울증 환자는 5400만명, 불안장애는 4100만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이 우울한 경우가 많았다. 중국 정신의학서비스 플랫폼 하오신칭의 ‘2023년 중국 정신 건강 블루북’ 에서는 고등학생의 우울증 감지율이 40%, 중학생의 경우 30%라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의 5~14세 아동 자살률은 연평균 1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빠른 경제 성장의 폐해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에 경쟁에 내몰렸고, 극도의 무력감에 빠졌다는 것이다. 심리 소설 작가 선자케는 “중국은 지난 40년간 매우 빠르게 발전해 생활양식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젊은이들은 더욱 불안에 빠졌다. 선 작가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느낌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렸해지고 있다”며 “특히 젊은이들과 중산층 사이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를 기록해 역대 최악을 기록했고, 중국 당국은 한동안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심리 상담가 지망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SCMP는 “잠재 고객의 증가로 인해 취업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의 직업으로서의 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주로 30대가 직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으며, 초보 상담사 중 20~29세는 30% 이상이고 30~39세는 51.6%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심리상담가 황징씨는 최근 심리 상담 수요가 늘어난 것을 실감한다며 “우리는 부동산 시장의 거대한 변화, 취업이 어려운 젊은이들의 환멸 등을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씨는 “부모님들의 경우 돈을 벌고 저축하는 것만 해도 신경 쓰이는데 아이들을 엄격하게 교육해도 미래 전망이 어두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