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에게 첫 이식 사례… 병원 “이식 결과로 사망 징후 없어”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카와이 타츠오 박사는 지난 16일 62세의 미국 남성 리처드 슬레이먼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했다./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지난 3월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미국의 60대 남성이 수술 두 달 만에 숨졌다. 이식 수술을 진행한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측은 신장 이식으로 사망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은 11일(현지 시각) 지난 3월 16일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말기 신장병 환자인 리처드 슬레이먼(62)씨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수술은 유전자 교정 돼지 신장을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식한 첫 사례로, 미국 바이오기업 e제네시스가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신장을 사용했다.
e제네시스는 지난해 10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유전자 교정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잘라내고 교체할 수 있는 효소 단백질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로 미니 돼지의 신장 유전자를 인간에게 적합하게 교정한 뒤 이식한 것이다.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는 758일 동안 생존했다. 지난해에는 뉴욕대 의대 랭건 병원 연구진이 유전자 교정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 신장 질환을 앓고 있던 슬레이먼씨에게 유전자 교정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 슬레이먼씨는 2018년 12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5년이 지나면서 장기 기능이 떨어지는 부전 증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5월부터는 투석에 의존하다가 이종(異種) 장기 이식을 결정했다.
돼지 신장을 이식한 뒤 환자는 투석을 중단해도 되는 상태까지 호전됐다. 당초 의료진은 돼지 신장이 최소 2년 동안 기능할 것으로 봤으나, 결국 이식 후 약 7주 만에 환자가 숨졌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이식팀은 “슬레이먼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며 “환자가 신장 이식의 결과로 사망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밝혔다. 슬레이먼씨의 가족은 “이종 이식을 이끈 의사들 덕분에 환자와 가족이 7주 이상 함께 더 보낼 수 있었다”며 “이식이 필요한 수천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주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