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거절'·괴롭힘·입사조건 차이 등으로 대행 이용
대행서비스 사장 "퇴직 어렵다면 대행도 하나의 수단"
[도쿄=AP/뉴시스]일본에서 5월 초 대형 연휴 기간 '골든위크'가 끝난 후 '퇴직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급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만두고 싶어도 퇴직할 수 없는 직장인들이 퇴직 대행 서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 2024.05.13.
일본에서 5월 초 대형 연휴 기간 '골든위크'가 끝난 후 '퇴직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급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만두고 싶어도 퇴직할 수 없는 직장인들이 퇴직 대행 서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13일 아사히신문은 도쿄(東京)도의 한 웹 관련 회사에서 일하던 남성(22)이 퇴직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남성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지난 4월 갓 입사한 신입이다. 3개 기업의 오퍼를 받았으나 웹 마케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현재 회사로 입사했다. 사람들 앞에서 발언하는 게 서툴다는 자신의 단점을 입사 전 회사에 거듭 전달했다.
하지만 그가 배치된 부서는 그가 '배치를 피해달라'고 말한 영업직이었다.
이에 그는 퇴사하겠다고 지난달 10일 회사 측에 밝혔으나 "그만 둘 타이밍은 아니다"는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만 받았다. 퇴직 거절 답변을 받은 셈이다.
이대로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없다고 결심한 그는 같은 주의 주말 퇴직 대행 서비스 오이토마(OITOMA)에 연락했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 그는 퇴직이 정해졌다는 오이토마의 보고를 받았다. 총 2만4000엔(약 21만 원)이 들었으나 그는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오이토마에는 지난 4월에만 631건의 퇴직 대행 의뢰가 있었다. 특히 100건 이상이 신입사원이었다.
이들은 "퇴직 의향을 전달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로 배정됐다. 이 이유로 그만두게 해 주지 않는다", "(회사가) 손해배상 청구를 시사했다"는 등 상담했다.
일본은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대형 연휴 기간인 골든위크를 즐겼다. 골든위크가 끝난 7일부터 퇴직대행 서비스 이용이 급증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에 따르면 퇴직 대행 기업 '모무리'는 지난 4월에만 약 1400명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골든위크가 끝난 지난 7일부터 8일 오후 1시까지는 240건 이상 퇴직 대행을 원하는 상담이 급증했다.
모무리 담당자는 이들 가운데 입사 전 들었던 급료와 대우가 실제와 달라서, 상사의 성희롱과 파워하라(권력을 이용한 괴롭힘) 등 퇴직 이유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스트레스와 피로로 몸의 컨디션이 나빠졌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모무리의 다니모토 신지(谷本慎二) 사장은 "노무 환경이 적정한 회사라면 상사에게 (퇴사 의사를) 전달하고 나서 퇴직이 확정되는 게 상식"이지만 "상사로부터 파워하라를 받고 있는 경우에 상사에게 상담하는 것은 꽤 어렵다. 그럴 때 우리 회사에 연락을 주면, 우리가 연락을 하는 형태다"고 설명했다. 상담하는 이용객 중 정신적인 부담을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다니모토 사장은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사장으로부터 "죽이겠다"는 등 위협을 받아 이번 골든위크 기간 중 자신의 환경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자사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이용객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젠지 세대 중에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게 서툰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하락했다는 인상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에 따라서는 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컨디션이 무너지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해도 (퇴직이) 어려운 경우에는 퇴직 대행이 하나의 수단이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개별노동분쟁해결제도 시행 상황에 따르면 2022년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직 상담 건수는 4만2694건으로 전년 대비 5.4%나 증가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