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후계자’ 라이시…하메네이 고심할 듯
의회 장악한 보수 강경파, 반서방 노선 강화
19일(현지시간) 이란 시아파 순례자들이 이라크 성지 나자프의 이맘 알리 신사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탄 헬리콥터가 추락한 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로이터]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유력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생사가 불투명해지면서 이란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라이시 대통령 사망 시 국회 강경파의 반(反)서방 노선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긴장 상태에 놓인 중동 정세에 라이시 대통령의 사고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슬람공화국 헌법 131조에 따라 대통령이 임기 중 사망할 경우 제1부통령이 최고 지도자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부통령, 국회의장, 사법부 장관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최대 5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현재 이란 제1부통령은 하메네이 충성파인 모하마드 모크베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로이터]
그동안 이란에서 대통령은 최고지도자 후계자 성격이 강했다. 현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도 이란 3, 4대 대통령을 역임한 바 있다. 1979년 이란혁명을 통해 세속국가에서 신정국가로 전환한 이후 이란 최고 권위자는 종교적 지도자의 권한까지 가지고 있는 최고지도자다. 대통령 인준, 해임권도 최고 지도자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라이시가 사망할 경우 대통령과 후계자를 동시에 선출해야 해 난관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부통령 모크베르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거라 간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대통령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후계자를 이을 사람을 뽑을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라이시가 사망하게 되면 이란 정치 지형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권력 다툼을 촉발시킬 것”이라며 “라이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다리는 인물들이 최고 지도자를 시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라이시를 제외한 후계자로는 하메네이 아들인 무스타파 하메네이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이란 동아제르바이잔 주 바르자칸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태운 헬리콥터가 추락한 후 응급 요원들이 안개가 낀 지역을 걷고 있다. [로이터]
의회를 장악한 강경 보수파가 서방 세계와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가디언은 “이란 국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가까이하고 서방 세계와 더욱 강경한 노선을 취하라는 요구가 강해질 것”이라며 “새 지도자는 내부의 반대뿐 아니라 국회 요구도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3월 이란 총선에서 반서방 강경 보수파가 전체 245명 중 약 200명으로 분류돼 사실상 강경 보수파가 의회를 장악한 상황이다.
중동의 긴장 상황의 불씨가 남은 상황에서 외교 정책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TOI는 “라이시에 가려졌지만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이안 외무장관을 빈 자리가 클 수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 등 난관을 헤쳐나가는 인물”이라 평가했다.
당초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불씨가 남은 가운데 미국과 간접 회담을 진행 중이었다. 지난 17일 이란은 미국과 2번째 간접 회담을 가지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 우려 등을 전달 받았다.
한편 이날 헬기사고로 실종된 라이시 대통령을 찾기 위해 이란 내에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악천후로 수색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고 발생 12시간을 넘어선 시점까지 라이시 대통령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사고 헬기에 탑승한 라이시 대통령과 관리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했다면서 “이번 사고가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므로 이란 국민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