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이란, 대통령 사망에도 “바뀌지 않을 것”

by 민들레 posted May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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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보궐선거일, 6월 28일로 확정
로이터, '조용한 애도'와 '은밀한 의식'의 분위기
라이시 치하에서 여성과 젊은이 소외 더 심화

 

20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을 가득 메운 라이시 대통령 추도 인파 ⓒAFP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을 가득 메운 라이시 대통령 추도 인파 ⓒAFP 연합뉴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이후 5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메네이는 "이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모흐베르 수석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모흐베르 대통령 직무대행은 이란의 입법부와 사법부의 수장들과 협력해 5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란 헌법에는 대통령 유고시 50일 이내에 재선거를 치르게 돼 있다.

반관영 타스님, 메흐르 통신은 대통령 보궐선거일을 오는 6월 28일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라이시 대통령과 헬기에 같이 타고 있던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대행은 알리 바게리카니 외무차관이 임명됐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각) 애도기간 선포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이슬람 공화국의 45년 역사에서 고위인사들의 죽음에서 드러났던 애도 분위기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분열된 이란에서 라이시의 죽음을 두고 조용한 애도와 은밀한 의식의 분위기 등 둘로 나뉘었다고 전했다.

테헤란에 사는 21세 여학생 라일라는 로이터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가 히잡을 위해 여성들을 단속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라이시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28세의 민명대원인 모하마드 호세인 자라비는 "그는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었다"며 "그의 유산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2020년 이라크에서 미국 미사일에 맞아 숨진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위 지휘관 카셈 솔레이마니의 장례와 같이 대중이 존경하는 인물들의 죽음 때 일어났던 격한 감정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군중들은 슬픔과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솔레이마니를 애도했다.

강경파 라이시
 

헬기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헬기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이시는 강경파이며 이란의 제 2인자였다.

이란은 성직자 기득권층과 정부로 나뉘어 있는 지도체제를 갖고 있다. 제 1인자는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이다. 라이시는 하메네이의 제자로 하메네이의 후임으로 유력하다.

대통령은 군대나 국가 재정을 통제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올해 85세의 하메네이가1989년 이후 최고 지도자로 모든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1960년 동부 마슈하드에서 독실한 이슬람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신학자로 하메네이 제자이기도 한 라이시 대통령은 25세에 사법부에 입문, 여러 도시에서 검사로 재직하면서 사법부 고위직에 올랐다.

최고 판사로 임명된 뒤 1988년 반체제 인사 수천명을 처형할 것을 명령한 이른바 '사형위원회'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대선 부정 선거 논란으로 수개월간 시위가 발생하자, 참가자들을 강력 단속하고 대거 투옥했다.

2014년엔 검찰총장을 맡았으며, 2019년 하메네이에 의해 사법부 수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다수의 인권 탄압 혐의로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랐다.

강경파 종교 성직자인 그는 2021년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에선 온건·친개혁 후보들이 대거 출마가 금지됐었고, 당시 투표율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슬람 복장 규적응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구금된 뒤 의무사한 마샤 아미니 ⓒ트위터

이슬람 복장 규적응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구금된 뒤 의무사한 마샤 아미니 ⓒ트위터



지난 2022년 9월 16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계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당시 22세)가 종교경찰에 구금됐다가 의문사 한 이후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AP는 아미니가 숨진 뒤 이어진 전국적인 시위를 당국이 폭력적으로 단속해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만2천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라이시 치하에서 더욱 심해진 이슬람 통치는 여성과 젊은이들을 더욱 소외시켰다.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서방의 제재는 이란의 경제를 황폐화시켰다. 

라이시는 수십 년 동안의 인권 침해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었다.

NYT는 이 시위와 이란 경제의 반전 실패로 라이시의 입지는 위축되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직무대행 모하메드 모흐베르 
 

대통령 직무대행 모하메드 모흐베르 ⓒAP 연합뉴스

대통령 직무대행 모하메드 모흐베르 ⓒAP 연합뉴스



대통령 직무대행 모하메드 모흐베르는 라이시가 대통령이 됐던 지난 2021년 선거 직후 수석 부통령으로 임명됐다.

올해 68세의 모흐베르 역시 최고 실권자 하메네이와 가깝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모흐베르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지대지 미사일과 드론을 러시아 군에 공급하기로 합의한 이란 관리들로 구성된 팀의 일부였다.

이 팀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위 관리 2명과 최고 국가안보회의의 한 관리도 포함됐었다.

모흐베르는 이전에 최고 지도자와 연결된 투자 펀드인 세타드(Setad)의 대표였다.

세타드는 하메네이 이전의 최고 권력자 아야톨라 호메이니 지시로 설립됐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주인 없는 부동산을 관리하며 수익금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후원하는 역할을 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0년 모흐베르를 핵과 탄도미사일 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제재를 했으나 2년 뒤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013년 세타드와 모흐베르가 이끄는 37개 기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아랍계 언론 알자지라에 따르면 모흐베르는 이란 남서부 쿠제스탄 지방의 데즈풀에서 태어났으며 전기 공학을 전공했고 국제법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누가 이란 대통령 될까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중앙). 에브라힘 라시시 대통령의 후임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중앙). 에브라힘 라시시 대통령의 후임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란의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이며, 4년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대통령은 정부를 통제하고, 그 사람의 정치적 배경과 힘에 따라 국가 정책과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애도기간을 선포한 만큼 대통령 선거에 대한 움직임은 없다.

미국의 타임은 20일(현지시각) 복잡하고 매우 불투명한 이란의 정치 구조 속에서 하메네이의 후임자에 대해 논의되는 공식적이거나 공개적인 공간은 사실상 없다고 분석했다.

타임은 다만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모즈타바의 부상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들이 전복시킨 군주제와 유사한 어떤 종류의 제도도 격렬하게 반대한다. 즉 세습독재를 위험하게 생각한다.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 자리를 승계할 경우 이란의 '종교 독재'는 '세습 독재'로 옷을 바꿔 입게 된다. 이는 "많은 성직자들이 이란의 혁명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는 대목"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모즈타바가 내부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

호즈타바는 공식적인 직책에 있지 않아서 검증받지 못했다.

최고 지도자가 어느 정도의 합법성을 가지려면, 최소한 현 종교 제도를 지지하는 대중들로부터 진정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

AP는 최고 지도자가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면 이미 성직자 통치에 비판적인 이란 사람들뿐만 아니라 비이슬람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란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CNBC는 이란의 투표는 자유롭지 않으며 극단적인 보수성향의 헌법수호위원회(Guardian Council)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바뀌지 않을 것"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 연합뉴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 연합뉴스



라이시의 죽음은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이란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란은 가장 강력한 대리 집단들을 지지하고 있는데, 대리 집단들은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적들이 격변의 순간을 이용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라이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걸프 아랍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그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의 대리집단으로는 이스라엘과 전쟁하고 있는 하마스를 꼽을 수 있다. 그들은 지난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레바논의 무장세력 헤즈볼라도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시아파 조직인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세력이 됐다.

예멘의 후티도 이란을 대리인으로 볼 수 있다. 후티는 2014년 수도를 장악한 후 예멘의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그들은 현재 예멘의 약 3분의 1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는 인구의 70~80%가 거주하고 있다.

이란크의 무장그룹(Iraqi Armed Groups)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라크는 거의 20년 동안 점점 더 강력해지는 시아파 무장단체들의 온상이었다. 그들은 미국의 목표물을 공격할 만큼 단호해졌다. 

이란은 10년 넘게 시리아 정부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 무장그룹(Syrian Armed Groups)에 엄청난 자원을 제공해 왔다. NYT는 이란이 주로 반정부단체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고 있으나 시리아에서는 정부와 반군단체 모두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이들 대리인들에 대한 우선 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테헤란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현지 시위대가 반 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현지 시위대가 반 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의 독립언론 아거스 미디어의 중동 걸프 편집장은 나데르 이타임은 "이란은 단순히 이것(라이시 사망) 때문에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CNBC 말했디.

그는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아마도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관한 한, 정말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 나라 사이에는 더 많은 문제들이 작용하고 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채텀하우스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사남 바킬 박사는 "라이시의 죽음은 이란에게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란 대통령직은 이란의 최고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와의 관계는 여전히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이론적으로 이란 국가 내에서 2인자이지만, 대통령과 많은 서방 국가들처럼 독립성과 실행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이란 최고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일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수십 년 동안 미국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기를 거부하고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 미국과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협상을 되살리기 위한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계속해서 실패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국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대생 라일라는 로이터에 "라이시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슬프다"라고 말했다.

 

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