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미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일부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펼쳐들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 명문 하버드대 학생들이 23일 열린 졸업식에서 학위 수여식이 진행되는 도중 졸업식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하버드 이사회가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참석한 학생 13명에 대해 졸업을 보류한 것에 대해 항의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미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반이스라엘 시위의 여파가 이달 미 전역의 각 학교 졸업식에서 계속 되고 있다.
이날 하버드대에서는 9262명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 장소는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야영지로 삼았던 ‘하버드 야드’였다. 대학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앨런 가버 임시 총장이 졸업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하자 수백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학위복을 입은 채 졸업식장을 걸어나갔다. 이들은 “그들을 걷게 하라(let them walk)” “자유 팔레스타인”을 외쳤다. 이들은 이날 졸업을 하지 못한 13명의 학생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13명은 하버드대에서 있었던 반이스라엘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학생들인데 학교에서는 이들의 졸업을 보류했다. 학부생 대표인 슈루티 쿠마르는 “표현의 자유가 처벌 대상이 되면서 그들의 졸업이 불투명해졌다”면서 “그들의 가족이 고통받는데 양심상 축하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앞서 하버드 이사회는 13명이 시위 기간 대학 정책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시위대와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와 시위대는 지난 14일 캠퍼스 내 야영 종료를 합의하면서 시위로 인해 학교에서 정학 받은 최소 22명의 학생을 복학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그런데 학교 측이 이를 어기고 졸업 보류를 결정했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캠퍼스 내 시위는 사실상 소강상태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미시간주 미시간 스태디움에서 열린 미시간대 졸업식에 75명의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난입하는 등 졸업식 도중 학생들의 반발이 표출되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