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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의 출산률이 떨어지면서 인구 정점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하고 노동인구가 줄어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의 출산율은 여전히 1명대로 한국보다 훨씬 높지만,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경제 활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2026년 EU 인구가 4억530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EU 각국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2023년 인구 증가 폭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인구 정점 시기는 이 전망보다 더 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거리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는 행인. EPA연합뉴스

 

유럽은 그동안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을 도입했으나 출산률 감소를 막지 못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600만명이 넘었던 EU 출생아 수는 2022년 4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가임기간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은 1.46명까지 내려갔다. 스페인은 1.16명, 이탈리아는 1.24명, 폴란드는 1.29명이다.

인구 감소는 유럽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두브라브카 슈이차 EU 민주주의·인구 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인구 추세를 살펴보고 완화하지 않으면 경쟁력 위협, 예산 압박, 공공서비스 및 연금 압박, 전 경제 부문의 인력부족 등 어두운 시나리오로 빠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 가능 연령대 인구는 이미 줄고 있다. FT가 유엔 통계를 분석한 결과 EU의 20∼64세 인구는 2011년 2억70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했다. 올해는 2억6100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에서 이 연령대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61.4%까지 올랐다가 현재 58%로 떨어졌다. 독일의 경우 20∼64세 인구는 최대치였던 1998년보다 200만명 감소했고 10년 뒤엔 500만명이 더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싱크탱크 독일경제연구소(IW)는 인력 부족으로 독일 국내총생산(GDP)에서 490억유로(72조7000억원)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마이클 손더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인구의 비율이 내려가면) 1인당 GDP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며 "꾸준히 삶의 질이 개선된 지난 50년간 겪어온 것과 다르게 느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가장 노인이 많은 대륙이기도 하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9.4%로, 북미(16.9%)나 아시아(9.4%)보다 높다. 8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 20년 사이 배 이상으로 늘어 보건 지출, 공공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진 이주민 유입과 노동 참여,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가 생산연령 인구 감소를 상쇄해 왔으나 전문가들은 조만간 한계가 닥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민자 증가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유럽에서는 반(反)이민 목소리를 내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들이 세를 키우고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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