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도지코인 시바견…주인과의 만남 주목

by 민들레 posted Jun 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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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더 폐업으로 보호소 맡겨져…안락사 기다리다 입양
"돈벌이에 사용 싫다" NFT로 기부…전세계 팬 추모 이어져

 

일본 하면 시바견이 참 유명한데요. 특히 암호화폐 도지코인에 등장하는 뚱한 표정의 시바견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죠. 얼마 전 일본에서는 이 도지코인의 모델이 된 시바견이 세상을 떠나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는데요. 특히 원래 유기견으로 안락사를 앞두고 있다 주인과 연을 맺은 사연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는 열도를 감동하게 한 도지코인으로 알려진 시바견 카보스와 그의 주인의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합니다. 아, 참고로 기자가 도지코인 사서 이런 기사 쓰냐는 반응이 있을까 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저 도지코인 없습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카보스는 지난 25일 오전 7시 50분 1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90세 정도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아사히신문은 카보스에게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바견'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카보스라는 이름은 일본 오이타현의 특산물인 과일에서 따 온 이름인데요. 초록색 감귤처럼 생겼습니다.

일본 언론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카보스는 원래 보호소에서 살처분 직전인 상태에 놓여있었습니다. 카보스는 원래 브리더가 번식을 위해 키우는 개였는데요. 카보스가 3살쯤 됐을 때 이 브리더가 폐업하면서, 카보스는 다른 19마리의 시바견과 함께 동물 보호소로 들어가게 됩니다. 함께 들어온 다른 시바견들이 안락사를 당할 무렵, 지바현의 동물보호단체 '지바완'이 카보스를 구조하게 됩니다.
 

고양이의 장난을 받아주고 있는 2016년의 카보스.(사진출처=카보스 블로그)

고양이의 장난을 받아주고 있는 2016년의 카보스.(사진출처=카보스 블로그)

지바완은 홈페이지에 카보스의 새롭게 가족이 될 사람을 구하는 글을 올렸는데요. 이때 지바현에 사는 사토 아츠코씨가 카보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토씨는 원래 겐짱이라고 하는 시바견을 기르고 있었는데, 겐짱은 카보스를 만나기 2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너죠. 슬픔을 견디고 있던 사토씨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카보스의 웃는 얼굴을 보자마자 끌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카보스를 데려오게 되죠.

당시 카보스는 열악한 환경에 있었던 탓에 털의 질도 나쁘고, 굉장히 마른 상태였다고 합니다. 사토씨 집에서도 언제나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구석에서 사람들을 관찰할 뿐이었다는데요. 사토씨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면서 마음을 열고, 이후 사토씨가 데려온 유기묘들과도 함께 잘 지내면서 가족의 일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사토씨는 10년 전 카보스 사진 한 장을 블로그에 올렸는데요, 집 소파에 앞다리를 꼬고 앉아 곁눈질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사토씨의 남편이 카보스에게 놀자고 장난치는 것에 머리만 끄덕이고 있던 순간이었다는데요. 이 사진이 카보스의 운명을 바꾸게 됩니다.
 

카보스와 함께 지내는 고양이들.(사진출처=카보스 블로그)

카보스와 함께 지내는 고양이들.(사진출처=카보스 블로그)

3년 뒤 사토씨는 친구로부터 "카보스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 사실을 아느냐"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인터넷 밈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도그(Dog)'에서 파생된 '도지(Doge)'라고 불리며 이 이미지를 가공한 상품들도 사토씨가 모르는 새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암호화폐에 카보스의 얼굴 사진을 로고로 차용한 도지코인이 등장하게 되죠. 사토씨는 "카보스 사진은 인간적인 표정이라 재밌어 보였겠죠"라면서도 "다만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는 것은 무서웠다"고 언론에 말하기도 했는데요. 해외 기업에서는 카보스로 돈을 벌어보자는 여러 제안이 왔지만 사토씨는 "전부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이라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대신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복제나 조작을 할 수 없도록 카보스 사진 7장을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만들어 사토씨가 직접 자선 옥션에 출품하죠. 도지코인에 사용된 원본 이미지가 4억7000만엔(41억4817만원)에 낙찰되는 등 7장의 사진을 판매한 금액은 총 5억엔(44억원)을 넘었는데요. 사토씨는 전액을 일본 안팎의 어린이 인권보호단체에 기부하고, 국제 NGO에 기부해 남수단과 베트남 등지 학교 건립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도 카보스를 향한 전 세계의 주목은 끊이질 않았죠. 지난해 4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X(옛 트위터)의 파랑새 로고를 한시적으로 도지코인 이미지로 바꾸기도 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지바현에 전 세계의 팬의 기부로 카보스의 동상이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지바현에 있는 카보스 동상. 카보스를 추모하기 위한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사진출처=카보스 인스타그램)

지바현에 있는 카보스 동상. 카보스를 추모하기 위한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사진출처=카보스 인스타그램)

그러나 카보스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건강 문제로 고생하게 되는데요. 2022년 12월 급성 간담관염과 만성림프성백혈병에 걸려 황달을 일으켜 위독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에도 카보스가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으로 눈이 하얗게 변하는 등 예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는데요. 팬들의 안타까움 속에 컨디션이 회복되나 싶더니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요. 카보스가 떠난 다음 날인 26일에는 팬들과 짧은 작별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사토씨는 "카보스가 집에 오면서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 인생을 풍요롭게 해줬다"며 그를 추억했습니다.

카보스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공식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전 세계 팬들의 추모 열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등 경제 논리로 치환될 수 없었던 주인과 카보스의 특별한 이야기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모쪼록 카보스가 강아지별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아시아경제